'남병철 충돌구'
달 뒷면에 조선 천문학자 이름?

경희대 '다누리'연구팀이 발견한 크레이터에 명명 제안... IAU가 승인

'다누리' 연구팀이 달 뒷면에서 특이한 자기장 특성을 보이는 충돌구를 발견해, 조선시대 천문학자 '남병철'의 이름을 따 '남병철 충돌구(Nam Byeong-Cheol Crater)'로 명명을 신청했는데, IAU가 이를 승인했다. / 한국천문연구원 

 

달 뒷면의 한 크레이터에 최초로 조선시대 천문학자의 이름이 붙었다. 

 

19일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최초로 달 뒷면의 특정지역을 조선시대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남병철(南秉哲)의 이름을 따 '남병철 충돌구(Nam Byeong-Cheol Crater)'로 명명됐다. 조선후기 과학자 남병철(1817~1863)은 헌종 3년에 과거에 급제하여 철종 2년에 승지(承旨), 동왕 7년에는 예조판서, 후에 이조판서 겸 대제학 등 요직을 지냈다. 수학과 천문학 지식을 기반으로 수륜(水輪)·지구의(地球儀)·사시의(四時儀)를 제작했고, 천문과 이법(理法) 및 산법(算法)을 설명한 <의기집설(儀器輯說)>, 천문학 해설서 <추보속해(推步續解)> 등을 저술했다. 

 

천문연은 이날, 경희대 우주탐사학과의 다누리 자기장 탑재체 연구팀은 남병철의 이름을 국제천문연맹에 신청해, 최종 심사를 거쳐 8월 14일에 이름을 부여받았다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남병철 충돌구'라는 이름은 천문연구원 고천문연구센터의 추천과 협의를 거쳐 최종 제안했다. 연구팀은 미국 산타크루즈대학교 이안 게릭베셀 교수와의 공동연구 중 달 뒷면의 특이한 자기장 특성을 보이는 이름이 없는 충돌구를 발견했다. 

 

이번 '남병철 충돌구' 명명은 달 표면에 붙여진 이름 중 대한민국이 제안해 조선 학자의 이름이 부여된 최초의 사례다. 이 충돌구는 1980년 이후로 명명된 모든 달 충돌구 중 가장 큰 충돌구로 아폴로 시대 이후로 이렇게 큰 분화구의 이름을 짓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지금까지 총 1659개의 충돌구에 이름이 붙여져 있다.

달 표면 충돌구 명명은 국제천문연맹(IAU)가 주관하고 있다. 명칭 부여를 위해서는 그 대상의 과학적 의미가 중요하며, 명명되는 이름이 과학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

'남병철 충돌구'는 달 충돌구가 발생할 때 충격 에너지로 인한 달 표면의 자기장 변화 연구를 진행하던 여러 충돌구 대상 중 하나였다. 경희대 연구팀은 산타크루즈대와 함께 그간의 연구 내용을 정리해 제출했다. 조선시대의 과학자인 남병철은 한국우주과학회가 발간하는 학회지 논문에 게재된 내용을 참고 문헌으로 삼아 검증을 통과했다.

국내 최초의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가 낮은 궤도로 관측을 수행하는 임무 기간에 '남병철 충돌구'에 대한 추가 관측을 통한 새로운 연구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