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 탐사선이 10월 11일 지구 밖 160만 km에서 포착한 지구와 달의 흑백 사진. 오른쪽 상단에 거의 보이지 않는 달이 자리한다. / ESA
헤라의 열적외선 이미저(TIRI)가 촬영한 지구와 달. 우상단에 작은 점이 달이다. / ESA
'창백한 푸른 별' 지구의 모습은 심우주로 떠나는 보이저1호 우주선이 카메라를 뒤로 돌려 지구를 찍은 사진으로 천문학 연구의 기념비적 사진이다. 프로젝트를 지휘하던 칼 세이건의 요구로 지구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는 태양계 밖을 향해 날아갔다. 보이저1호는 1990년 그때 지구로부터 61억km 떨어진 우주를 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에 비견될만한 사진이 나왔다. 지구와 달이 마치 우주 속 보석처럼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진이다. 유럽우주국(ESA)의 헤라(Hera) 탐사선이 우주 공간의 어둠 속에서 지구와 달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남긴 것이다. 소행성 탐사를 위해 더 먼 우주로 떠나기 전이었다. 인류에게 우주의 광활함 속에서 지구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우주 탐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멋진 기록이다.
ESA는 헤라 탐사선이 소행성 충돌 현장으로 가는 길에 지구와 달의 첫 이미지를 촬영했다고 14일 밝혔다.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미국 현지시간 10월 11일 헤라의 '소행성 프레이밍 카메라(AFC)'로 지구 밖 약 160만km(약 100만 마일)에서 지구와 달의 모습을 촬영했다. 이는 지구와 달 사이 평균 거리보다 4배나 먼 곳이다.
헤라 탐사선은 10월 7일 소행성 디디모스(Didymos)와 디모르포스(Dimorphos)를 향해 성공적으로 이륙했다. 헤라는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NASA 다트(DART, 이중 소행성 방향 전환 시험) 임무를 후속으로 수행할 헤라는 장비를 작동시킨 후 지구와 달을 마지막으로 촬영했다. ESA는 새로운 헤라 이미지를 공개하며 소셜미디어 X에 "잘 있어, 지구야!(Farewell, Earth!)"라고 적었다.
헤라 임무는 2022년 다트 우주선이 탐사한 이중 소행성 시스템을 재방문한다. 당시 다트는 디모르포스와 충돌해 행성 방어 기술을 시연했다. 잠재적으로 위험한 소행성의 궤도를 변경하기 위해서다. 헤라는 그 충돌의 여파를 평가하고 2개의 큐브샛 밀라니(Milani)와 유벤타스(Juventas)를 통해 소행성의 표면과 내부 구조를 자세히 연구하게 된다.
헤라는 소행성 목표물을 탐험하고 연구할 3개의 장비를 임무의 발사 후 처음으로 켰다. 헤라의 소행성 갑판이 지구로 다시 향했고, 지구와 달의 먼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첫번째 이미지는 헤라의 '소행성 프레이밍 카메라(AFC)'로 촬영됐다. 이어 '열적외선 이미저(TIRI)'가 지구 밖 140만km 거리에서 두번째 이미지를 잡아냈다. TIRI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에서 제공한 것. 마지막으로 하이퍼스카우트 H 장비로 거짓 색상 이미지를 포착했다. 이 이미지는 소행성의 광물 구성을 탐지할 수 있게 한다.
헤라는 우주 비행이 순조롭다면 2026년 말에 소행성 시스템에 도착한다. 다트가 만든 분화구의 크기와 깊이, 충돌 효율성을 평가하고, 미래의 소행성 궤도 변경 임무에 귀중한 정보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구를 소행성 충돌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미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