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7호(1972년) 이후 50여 년 만에 다시 달에 착륙하게 될 우주인이 입을 차세대 우주복이 15일 미 항공우주국(NAS)의 텍사스주 휴스턴 존슨 우주센터에서 공개됐다. NASA는 달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Artemis)의 3단계인 2025년말쯤 여성과 유색인종으로 구성된 우주인 2명을 달에 착륙시켜 1주일 간 머물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작년에 우주기술 기업인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액시엄(Axiom) 스페이스과 2억2850만 달러(약 3000억 원)짜리 1차 계약을 맺고, 새 우주복 제작을 의뢰했다. NASA는 1981년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주유영(游泳)에 적합한 우주복을 제조했지만, 이후 40여 년간 새 우주복을 만들지 않았다. 2021년 NASA는 지상 훈련과 실제 우주유영에 쓸 수 있는 우주복은 모두 11개라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새 우주복은 거추장스럽게 두터웠던 기존 우주복보다 훨씬 날렵한 모양이었다. 이전 우주복은 타이어를 쌓아 놓은 것 같다고 해, ‘미쉐린 맨(Micherin Man)’이라 불렸다. 액시엄에서 새 우주복을 개발한 수석 엔지니어 제임스 스타인은 이날 직접 짙은 회색의 ‘액시엄 선외우주활동복(AxEMU·Axiom Extravehicular Mobility Unit)’을 입고 나와 몸을 굽혀 물건을 집고, 쪼그려 앉고 비트는 등의 여러 몸 동작을 시연했다. 액시엄 측은 올해 늦여름까지 두 개의 차세대 우주복을 제작해, NASA에 전달할 계획이다. NASA는 또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사용할 새로운 우주유영 우주복의 제작도 다른 우주기술기업인 콜린스 스페이스에 의뢰했다. NASA가 이 두 종류의 우주복 제작 지원과 사용료를 위해, 두 기업과 2034년까지 맺은 계약비는 35억 달러(약 4조6000억 원)에 달한다. 남녀 공용에, 90%의 체형 수용할 수 있어 이날 공개된 차세대 우주복은 남녀 공용이며, NASA는 “남녀 체형의 90%를 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액시엄에서 새 우주복을 개발한 부(副)책임자인 러셀 랠스턴은 “우주복의 팔·다리 각 파트는 사이즈별로 교환이 가능하고, 라지·미디엄·스몰 사이즈 내에서도 착용 우주인의 체형에 맞춰 조정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NASA 우주복은 남성 위주였고, 다양한 체형을 소화할 수 없었다. 2019년 3월 NASA는 최초로 여성 우주인 2명만으로 ISS 밖 우주유영을 계획했지만, 애초 선발됐던 앤 매케인은 ISS에 있는 우주복이 그가 지상에서 착용했던 것보다 커서 다른 여성 우주인으로 교체됐다. 또 기존 우주복은 아래에서 위로 착용하지만, 새 우주복은 뒷면의 개구부(開口部ㆍhatch)를 통해 발부터 넣고 이어 팔을 넣은 뒤에 몸을 움직여 착용하면 외부에서 해치를 닫아주는 방식이다. 새 우주복은 낮(지구일 14일)에는 120°C, 밤에는 -173°C까지 내려가는 달 남극의 극한 기온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다. NASA는 액시엄 측에 선외우주활동복(xEMU) 제작과 관련한 기술 조언을 하고, 새 우주복에 필요한 제원을 제시했다. NASA ”더 이상 토끼처럼 뛸 필요 없다” 새 우주복에서 헬멧에 해당하는 크고 투명한 버블(bubble)은 아르테미스 우주인들이 물과 얼음을 찾아 달 남극의 어두운 충돌구를 탐험할 때에 넓은 가시성(可視性)과 조명을 제공한다고, NASA 측은 밝혔다. 이 버블 헬멧엔 또 고화질 카메라가 장착돼, 우주인들의 활동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NASA 지휘센터로 전송한다. 생명유지 시스템을 포함한 배낭은 기존 것보다 더 작아져, 추가로 백업 시스템을 장착할 공간도 있다. 액시엄 측은 “멋진 스쿠버 탱크와 에어컨이 하나로 결합됐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밝혔다. NASA와 액시엄 측은 또 우주복의 하반부에 많은 관절을 장착해, 유연성과 이동성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전 디자인에선 표면에서 물체를 집을 수 없었고, 한번 넘어지면 일어나기도 쉽지 않았다. NASA 존슨 우주센터의 디렉터인 바네사 와이쉬는 이날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달 표면에서 토끼처럼 뛰어다녔지만, 이제는 진짜 걸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액시엄 측은 “새 우주복의 절반가량은 NASA의 기존 선외우주활동복을 기반으로 했고, 부츠와 헬멧 버블, 상반신 부분에서 세부 사항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액시엄 측은 공기가 우주로 새는 것을 막는 압력복과 장갑에, 자사 엔지니어링이 집중적으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반인이 보기에는 팔꿈치의 관절식 연결 부위, 생명유지 장치를 위한 배낭, 헬멧으로 이어지는 몸통 등 기본 실루엣은 그대로였다. 공개된 것은 짙은 회색이지만, 실제 우주복은 흰색 새 우주복은 무릎과 어깨, 발목, 부위에 오렌지색과 네이비색이 특징적으로 살짝 섞였지만, 기본적으로는 짙은 회색이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은 이날 공개된 것만으로는 최종 외관을 짐작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짙은 회색의 외관은 액시엄 스페이스가 자사의 독점적 기술을 가리기 위해, 우주복 위에 씌운 보호 피막(皮膜)이기 때문이다. 실제 달에서 활동할 때 입는 우주복은 햇빛을 더 많이 반사할 수 있도록, 이전과 마찬가지로 흰색이다. 또 극한의 온도와 방사선, 먼지로부터 우주인을 보호하기 위한 단열층이 장착됐다. 애플+ TV가 제작한 달 드라마의 의상 전문가 조언 받아 액시엄 측은 특징 있는 우주복 디자인을 위해, 자동차와 석유ㆍ가스 분야, 드라마 업계 등 다양한 산업계 디자이너들로부터 조언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애플 TV+의 달 식민지 드라마 시리즈인 ‘모든 인류를 위하여(For All Mankind)’에서 의상을 맡은 디자이너 에스터 마퀴스가 새 우주복의 디자인을 주도했다. MIT의 우주복 전문가인 니콜라스 드 만쇼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새 우주복이 앞으로 대중이 우주에 갖는 이미지와 상상력을 장악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디자인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스페이스X 사도 ISS를 오가는 자사의 드래곤 캡슐 내에서 우주인들이 입는 우주복의 디자인을, 영화 ‘배트맨 vs. 수퍼맨’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의상 디자이너였던 호세 페르난데스에게 맡겼다. NASA, 14년간 자체 개발 시도했지만… NASA의 새 우주복 개발 과정은 최근 10년 간 NASA가 주요 프로젝트의 상당 부분을 민간의 창의성과 혁신에 의존해 과감하게 아웃소싱해 온 것과 방향이 일치한다. NASA는 ISS로 우주인과 화물을 이송하는 우주선 제작을 스페이스X와 노스럽 그러먼, 보잉에 의뢰했고, 현재도 달 탐사에 필요한 장비 이송을 민간 우주기업들에 맡기고 있다. NASA는 애초 새 우주복을 자체 개발하려고 했다. 그러나 14년 간 2억 달러를 쓰고도 제품을 내놓지 못했고, 2021년 8월 자체 감사에선 “NASA 우주복 제조는 빨라도 2025년 4월 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작년에 자체 개발을 포기하고, 액시엄 스페이스와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 두 기업과 계약을 맺었다. 새 우주복의 소유권은 액시엄 측에 있다. NASA는 렌터카처럼 이 우주복을 빌려 쓰고 사용료를 지불한다. 액시엄 측이 지상 훈련과 실제 우주활동에 쓸 새 우주복과 관련 하드웨어 일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액시엄은 현재 NASA 출신 우주인을 선장으로 한 민간 우주인들이 1주일 간 ISS에 머물고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여행 프로그램도 주관한다. 이미 작년 4월에 4명의 민간인이 17일간 우주를 다녀오는 Ax-1 미션을 마쳤고, 올 5월에 Ax-2 미션이 출발한다. 액시엄 측은 또 내년에 민간 차원에선 처음으로 ISS에 장착되는 모듈인 ‘액시엄 해브 원(Hab One)’도 발사한다. 액시엄은 새 우주복을 변형해, 이 모듈에 머무는 민간 우주인들의 우주유영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NASA는 액시엄으로부터 받은 새 우주복을, 2024년 한 해 동안 존슨 우주센터의 무중력부양연구소(neutral buoyancy lab)에서 테스트한다. 우주복 속에 화장실 ‘빌트-인’ 된 듯 NASA는 새 우주복을 자체 개발하던 2018년에 우주인들이 우주복을 착용한 상태에서 용변을 해결할 수 있는 ‘빌트인(built-in) 화장실’을 장착하겠다고 밝혔었다. 따라서 액시엄의 새 우주복에서도 ‘빌트인’ 방식이 적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나, 이날 발표에선 언급이 없었다. 과거 남성 우주인뿐이었던 아폴로 시절에는 생식기와 연결된 튜브를 우주복 밖의 소변통으로 연결했다. 여성들이 참여하기 시작한 우주왕복선 시절에도 우주복은 남성용으로만 제작된 탓에, 여성 우주인은 비상 시에 대비해 기저귀를 우주복 내에 착용해야 했었다.
일본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호가 소행성 '류구'(龍宮)에서 채취해 지구로 가져온 시료에서 유전물질인 RNA를 구성하는 염기 중 하나인 '우라실'(U)과 니코틴산(비타민 B₃)이 발견됐다. 일본 홋카이도대 오바 야스히로 교수팀은 22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류구 시료 분석에서 이를 확인했다며 이는 중요한 생명 구성물질이 외계에서 기원해 탄소가 풍부한 운석에 실려 지구로 전달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하야부사2호는 탄소질의 C형 소행성 류구를 탐사하면서 표면 2곳에서 약 5.4g의 먼지와 작은 돌 시료를 채취해 2020년 지구로 가져왔다. 연구팀은 이 시료를 분석해 생명체 유전정보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RNA를 구성하는 4가지 핵염기(nucleobase) 중 하나인 우라실(U)과 지구 생명체 신진대사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비타민 B₃(니코틴산=니아신)를 확인했다. 오바 교수는 "이전에도 지구에 떨어진 탄소질 운석에서 핵염기와 비타민이 발견된 적이 있지만, 매번 운석이 지구 환경에 노출돼 오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하야부사2호는 직접 류구에서 시료를 채취해 밀봉했기 때문에 오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류구 시료를 뜨거운 물에 담가 내부 물질을 추출한 다음 이를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와 고분해능(high-resolution) 질량분석법으로 분석, 다른 질소 함유 유기화합물들과 함께 우라실과 니코틴산을 확인했다. 오바 교수는 "류구 시료에서는 우라실이 6∼32ppb(parts per billion), 비타민 B₃가 49∼99ppb 검출됐다"며 "이 밖에 단백질과 신진대사에서 발견되는 아미노산과 아민, 카복실산 등 다른 생물학적 분자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화합물들은 앞서 분석된 류구의 다른 시료에서 발견된 화합물들과 비슷하지만 똑같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는 시료가 채취된 두 지점이 우주의 극한 환경에 노출된 정도가 다르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이런 질소 함유 화합물들이 태양계 형성기에 성간 얼음에서 암모니아, 폼알데하이드, 사이안화수소 같은 더 단순한 분자들의 광화학적 반응으로 만들어졌다가 소행성에 합쳐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단순한 분자들은 류구 시료에서는 검출되지 않았으나 혜성 얼음 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류구 역시 온도가 낮은 혜성이나 다른 천체에서 생겨났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팀은 발견된 물질들은 수백만년에 걸쳐 자외선과 우주방사선을 받아 변형되고 운석 충돌 때 지구에 전달돼 초기 생명체의 유전적 기능 출현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오바 교수는 류구에서 우라실을 발견한 것은 초기 지구의 핵염기 기원이 외계일 것이라는 현 가설에 힘을 실어준다며 "9월 지구에 도착할 미 항공우주국(NASA)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의 소행성 '베누'(Bennu) 시료를 비교 분석하면 더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천체 중 하나로 꼽히는 토성의 위성(달) '타이탄'에서 지구에서 보낸 비행체가 하늘을 누비게 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드래건플라이'(Dragonfly·잠자리)라는 이름으로 추진 중인 이 미션은 2027년 발사되며, 2030년대 중반께 타이탄에 도착해 로봇 회전날개항공기가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생명체 출현과 관련된 단서를 찾게된다. NASA에 따르면 미션과 이름이 같은 이 항공기는 모두 8개의 회전날개로 구동되며, '드래건플라이 질량 분석기'(DraMS)라는 과학 장비가 실려있다. 타이탄은 태양계의 위성 중 유일하게 대기를 가진 데다 대기 밀도가 지구의 5배에 달하고 중력도 약해 드래건플라이가 무거운 장비를 싣고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다고 한다. DraMS는 과학자들이 지구에서 원격으로 타이탄 표면의 화학적 구성을 연구할 수 있도록 고안됐는데, 지구에서 생명체 출현으로 이어졌을 '생물발생 이전 화학'(prebiotic chemistry) 과정을 밝히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태양계 위성 중 두 번째로 큰 타이탄은 탄소 복합물이 풍부하고 내부는 물론 표면에 물이 존재했던 적이 있어 생물발생 이전 화학 과정을 연구하기에 적합하고, 더 나아가 생명체를 찾을 가능성도 있는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 드래건플라이는 과학적으로 탐사 가치있는 곳을 찾으면 드릴로 구멍을 뚫고 1g 미만의 시료를 채취해 DraMS가 설치된 밀폐 공간 안에 넣고 레이저를 쏴 이온화함으로써 화학적 성분을 측정하게 된다. 드래건플라이는 한 곳에서 탐사가 끝나면 다음 목적지를 찾아 수킬로미터까지 비행해 이동할 수 있다. 바퀴나 궤도가 장착된 로버가 지형을 따라 움직이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멀리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호와 함께 파견된 헬기 '인저뉴어티'(Ingenuity)가 대기 밀도가 지구의 1%밖에 안 되는 화성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였지만 아직은 시험 단계로 실제 탐사에서 과학 장비를 싣고 이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드래건플라이 미션의 부책임연구원으로 타이탄을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의 우주생물학자 멜리사 트레이너 박사는 "DraMS는 타이탄에 있을지도 모를 유기 분자를 찾고, 그 구성과 분포 등을 여러 곳을 다니며 파악하도록 고안됐다"면서 "지구의 초기 생물발생 이전 화학 시스템에서 중요할 수 있는 화학적 과정이 타이탄에서도 발생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다"고 했다.
북한은 전날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이 우주에서 지구를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신뢰성이 검증됐다"고 17일 주장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의 기술력 과시를 위해 공개한 사진에 주목하면서 '군사위성' 발사를 준비하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발사한 ICBM이 화성-17형이었다며 "발사훈련은 우리의 핵전쟁 억제력의 기동적이며 경상적인 가동성과 신뢰성을 확인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그러면서 "훈련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 부대의 임전 태세와 전략 무력의 비상한 전투성이 확인되고 신뢰성이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신뢰성이 검증됐다고 주장한 것은 '성공했다'는 자평으로 보인다. 그러나 군 당국과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전날처럼 고각으로 ICBM을 발사할 경우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 검증하기 어려워 ICBM의 핵심 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한다. 다만, 북한은 이번에 '경상적인 가동성' 'ICBM 부대의 임전 태세' 등을 언급해 화성-17형이 전력화 단계에 진입한 것처럼 주장했다. 이에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화성-17형이 실패를 거듭하다가 시험발사에 성공한 수준인데 이를 '훈련'이라고 표현했다"며 "정상 각도(30∼45도)로 비행해본 적도 없는데 갑작스러운 표현을 쓴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화성-17형은 지난해 3월 발사 당시 20㎞ 미만 고도에서 폭발했고 5월 발사 때도 고도 540㎞, 비행거리 360㎞ 등으로 ICBM 성능에 한참 못 미쳤다. 그해 11월이 되어서야 고각 발사로 고도 6천100㎞까지 솟구치며 성능 입증을 시작한 단계다. 화성-17형은 정상 각도 발사 시 사거리 1만3천㎞ 이상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고각으로 발사된 사거리와 미사일 동체, 엔진 수준 등으로 추정한 것으로 실제 최대 사거리는 검증된 바 없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이번 발사가 외형적으로는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에 대한 반발 성격도 있지만, 정상 각도 ICBM 발사 연습의 의미도 담고 있는 것"이라며 추후 정상 각도 발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북한은 이날 화성-17형 발사 장면과 함께 우주에서 지구를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는 발사가 성공적이었음을 주장하려는 의도와 함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준비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화성-17형이 그 정도 공중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줘서 성공적이었음을 명확하게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또 4월까지 위성 발사 준비를 마치겠다고 한 만큼 미사일을 쏘는 과정에서 데이터 수집이나 기술적인 부분을 확인하고자 카메라와 데이터 전송 등을 살펴본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윤석열 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한일정상회담을 위해 일본 도쿄로 향하기 2시간 40분 전에 평양 순안에서 화성-17형을 쐈다. 이 미사일은 고도 6천45㎞, 비행거리 1천㎞를 기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 북한은 이번 발사를 '미싸일(미사일) 총국' 지휘관들이 참관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총국은 탄도미사일을 직접 운용하는 전략군 등 군부대와는 별개의 행정기관으로 추정되는 조직이다. 애초 ICBM 등은 전략군이 담당해왔다. 이번 발사에 '미사일총국' 지휘관들이 참관했다고 밝힌 것은 ICBM 등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의 운용 주체가 미사일총국으로 이관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사일총국은 지난달 6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뒤편에 세워진 '군기'를 통해 신설이 확인된 조직이다. 전문가들은 탄도미사일과 관련해 북한군의 담당부서 내 '전투서열'이 지속해서 변화를 겪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태양계 밖에는 달처럼 공전과 자전 주기가 같은 동주기 자전을 하며 한쪽 면만 늘 항성을 향해 있는 행성이 꽤 있다. 햇볕을 받는 쪽은 너무 뜨거워 물이 아예 증발해 버리고 반대쪽은 어둠 속에서 얼음으로만 존재하는 혹독한 조건이어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행성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런 행성에서도 낮과 밤 면이 경계를 이루는 지역에서 생명체가 살 수도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이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의 탐색 범위를 크게 넓혀놓는 것이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에 따르면 물리·천문학과 연구원 애나 로보 박사는 낮과 밤 지역이 맞닿은 이른바 '터미네이터 존'(terminator zone)이 너무 뜨겁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기온을 갖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컴퓨터 분석 결과를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터미네이터 존이 낮과 밤 면의 경계를 따라 고리 형태로 조성될 수 있다고 했다. 터미네이터 존에 국한된 것이기는 해도 동주기 자전 행성에서도 생명체가 서식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주기 자전 행성은 태양보다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M형 왜성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이런 항성은 우리 은하 별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그런 점에서 생명체 행성 탐색 범위는 크게 넓어지는 셈이 된다. 지금까지는 주로 항성과 적당한 거리를 둬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이른바 '생명체 서식 가능 영역' 안에서 대양을 가진 행성만을 찾아왔다. 로보 박사는 "넓은 바다는 아니라도 호수나 적은 양이나마 물을 갖고 있을 수도 있는 행성에도 관심을 유도하려는 것"이라면서 "이색적인 기후를 가진 곳을 탐사함으로써 생명체 서식 행성을 찾고, 가려낼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아오마와 쉴즈 부교수도 "우리 팀이 발견한 새롭고 이색적인 생명체 서식 가능 상태가 더는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며, 기후적으로 안정돼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했다. 연구팀은 터미네이터 존이 생명체가 서식할 수 있는 곳으로 인정되면 생명체 탐사 방식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생명체가 만든 흔적이 행성 대기 전체가 아닌 특정 부분에만 존재할 수도 있는 점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이미 가동 중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나 현재 개발단계에 있는 '거대 자외선·광학·적외선 탐사선'(LUVOIR)를 이용해 외계 생명체가 사는 행성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론 머스크는 화성에 지구상 어느 나라의 간섭도 받지 않는, 인구 100만 명 이상이 사는 자치(自治) 정착촌을 짓는 것이 목표다. 머스크는 2012년 10월 처음 이 아이디어를 내면서 “화성은 자유 행성이고, 지구의 어떤 정부도 화성에 제공되는 서비스, 스타십(Starship)을 이용한 이동 등 화성 활동에 대해 권위나 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화성 정착촌에서의 분쟁은 선의(善意)로 제정된 자치 원칙을 통해 해결된다”고 말했다. 작년 4월에도 비영리 강연회인 TED 인터뷰에서 “10년 동안 해마다 100대의 스타십을 제조해서, (지구·화성 간 최근접 주기인) 26개월마다 30일의 발사 가능 기간에 1000대의 스타십을 화성으로 출발시키겠다”고 밝혔다. 민간기업 스페이스X가 화성에 어느 나라의 간섭도 안 받고, 정착촌을 건설해 운영할 권리가 있느냐에 대해선 국제법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스페이스X의 인터넷 위성통신 서비스인 스타링크의 이용 약관도 “지구와 달에서의 서비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법(州法)을 따른다”고 밝혔지만, 달을 넘어선 심(深)우주에 대해선 불분명하다. 그러나 머스크는 2050년의 화성 정착촌 건설 이전에, 지구 상에서 자치 도시를 먼저 설립하기로 한 듯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를 비롯한 미 언론은 지난 9일 “머스크의 계열사와 임원들이 대표인 유한책임회사들이 미국 텍사스주의 일부 카운티에서 광활한 면적의 목초지, 농장을 사들여 앞으로 계열사 직원들이 거주할 자치시(自治市)를 건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가 카운티의 등기 서류와 토지 기록 등을 통해 확인한 머스크 계열사의 부동산 면적은 14.16㎢. 이밖에 머스크는 개인 명의로도 인근 지역에 24.28㎢의 땅을 갖고 있다. 둘을 합치면, 서울 강남구 면적(39.54㎢)에 약간 못 미친다. ‘머스크 타운’은 독자적인 시장에, 머스크가 원하는 조례·규칙을 갖게 된다. 머스크, 캘리포니아 떠나며 “과잉 규제·과세” 비판 머스크는 2021년 말 캘리포니아주 프리먼트 카운티에 있던 자신의 전기차 테슬라 본사를 텍사스 주도(州都) 오스틴으로 옮겼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의 와중에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카운티에 있는 테슬라 공장의 조업을 재개하려다가 공중위생 관리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캘리포니아에는 테슬라 외에도, 주요 도시 사이에 터널을 뚫어 전기차를 비롯한 첨단 교통수단의 신속한 이동을 현실화하려는 머스크의 보링(Boring) 컴패니, 스페이스X 본사도 있었다. 머스크는 테슬라와 보링의 본사를 이전하면서 “캘리포니아는 과잉 규제와 과잉 소송, 과잉 과세의 땅으로, 지나친 영향을 행사하고 있지만 곧 쇠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텍사스는 토지 용도 설정 계획이나 환경ㆍ노동 관련 요구 사항이 적고, 느슨하게 규제되는 토지가 많다. 또 캘리포니아와 달리, 법인소득세와 개인에 대한 소득세ㆍ자본이득세가 없다. 스페이스X·테슬라·보링 직원이 함께 사는 ‘유토피아’ 광활한 토지 구입의 주(主)된 계약자는 보링 컴패니이고, 보링과 머스크 기업의 임원들이 대표인 4개의 유한책임회사들은 최근 3년간 오스틴에서 약 55㎞ 떨어진 배스트롭 카운티에서 약 3500 에이커의 땅을 사들였다. 이는 14.16㎢에 해당하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여의도 면적(2.9㎢ㆍ한강 공원과 둔치 제외)의 3배가 넘는다. 또 뉴욕시 한복판 센트럴 파크의 4배 정도 된다. 모든 토지 구입은 머스크의 승인을 받아 이뤄졌다. WSJ는 이밖에, 머스크 개인 명의로도 인근에 약 6000에이커(24.28㎢)의 땅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사들인 면적을 합치면, 서울 강남구 면적과 비슷하다. 머스크의 ‘유토피아’가 들어설 도시의 이름은 스네일브룩(Snailbrook). 현재 보링과 스페이스X의 창고 시설, 이동식 주택들, 수영장, 체육관, 야외 체육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지난 1월 배스트롭 카운티에 제출한 문서에는 이곳에 110채의 주택을 추가로 짓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이 도시 계획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머스크 개인의 주거 콤플렉스도 들어선다. 작년부터 보링 사 직원은 약 800달러의 월세를 내는 침실 2~3개 딸린 주택을 신청할 수 있었다. 또 스페이스X 직원도 주택을 신청할 수 있다. 퇴사하거나 해고되면 30일 내에 집을 비워야 한다. 배스트롭 카운티의 중간(median) 임대료는 월 2200달러. WSJ는 “머스크의 임원들이 머스크 소유 모든 회사 직원들에게 주택을 개방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도 따로 뽑고, 머스크가 조례 정할 수 있는 자치시가 목표 보링 컴패니의 대표이자 머스크의 최측근 참모인 스티브 데이비스는 ‘정착촌’만의 시장을 따로 뽑는 자치시 자격을 신청하는 것을 비롯해, 도시 전체를 새로 짓는 것에 대한 생각을 직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공유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자치시로 승인되면, 과세ㆍ토지 사용 규제, 경찰ㆍ소방대 제공 등에서 독립성을 유지하게 된다. WSJ는 “머스크는 자신의 자치시에서 일부 규정을 설정하고, 자신의 도시 관련 계획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고 전했다. 텍사스 주법에 따르면, 거주민 201명 이상이 자치시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스네일브룩이 속한 베스트롭 카운티의 판사가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카운티 측은 머스크나 그의 기업들로부터 관련 신청 서류가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관료주의 아웃! 중요한 것은 스피드 머스크가 주도 오스틴이 속한 트래비스 카운티에 위치한 10㎢(약300만 평)의 땅에 지금의 테슬라 공장인 기가 팩토리 텍사스를 지을 때에도, 거듭 확약을 요구한 것은 관료주의가 자신의 여러 프로젝트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당시 오스틴 시장이었던 스티브 애들러는 WSJ에 “그가 시로부터 원하는 것은 스피드였다”고 말했다. 보링 컴패니와 스페이스X는 현재 오스틴 외곽의 배스트롭 카운티 곳곳에 시설물을 짓고 있다. 베스트롭 카운티의 한 관리는 WSJ에 “카운티 규모가 작아서 바로 현장에서 공무원과 직접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이 머스크에겐 매력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카운티의 도시공학 파트 일부 관리들은 작년 6월 “머스크 회사들이 카운티 규정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 불완전한 신청서를 접수하고는 신속히 승인해 달라고 많이 괴롭혔다”고 주변에 얘기했다고 한다. 기존 주민들 “온통 비밀” 불만 그러나 이곳의 얼마 안 되는 기존 주민들은 카운티도 밀어붙이기만 하고, 모든 것이 비밀과 의문투성이라고 말한다. 이곳에 사는 한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WSJ에 “이 사람들은 모든 것이 비밀이고, 남들이 뭘 하는지 알기 전에 일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드론을 띄워, 이곳의 새로운 보링 컴패니 시설과 스페이스X 건물 사이에 지하 터널이 건설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보링 측은 최근 주정부에 하루 최대 14만 갤런(530톤)의 공업폐수를 콜로라도 강에 방류하는 것을 허가해 달라는 신청서를 냈다. 일부 주민은 터널 공사와 폐수 방류 등이 지하 대수층(帶水層)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걱정한다. 그러나 머스크와 그의 측근, 변호사는 모두 WSJ의 ‘텍사스 유토피아’와 관련한 인터뷰 요청에 전혀 응하지 않았다.
블랙홀을 아십니까 블랙홀(black hole)이란 단어를 처음 접한 건 어린시절 만화방이었다. ‘타짜’ ‘식객’으로 유명한 허영만 화백의 1989년작 ‘블랙홀’은 당시 독특한 SF 소재를 다루며, 뭐든지 빨아들이는 무서운 무엇인가로 뇌리에 깊이 박혔다. 성인이 되어 블랙홀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한 것은 할리우드 영화 ‘인터스텔라’였다. 주인공이 블랙홀 안에 들어가 시공간을 유영하는 장면은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사실 ‘블랙홀’은 현대인에게 매우 익숙한 단어다. 신문 헤드라인만 봐도 사랑의 블랙홀, 이슈 블랙홀, 특검 블랙홀 등 각종 블랙홀이 판친다. 그렇다면, 블랙홀의 정체는 뭘까? 영화 ‘인터스텔라’나 과학책에 등장하는 블랙홀 그림은 모두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한 상상도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블랙홀을 추적한 끝에 사진을 찍은 사람들이 있다. 책 ‘이것이 최초의 블랙홀 사진입니다’(하이노 팔케·외르크 뢰머 지음, 출판사 에코리브르)는 우주에서 가장 신비한 천체인 블랙홀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학자들의 고군분투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그들은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5500만년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거대한 은하 중심부에서 2017년 4월 약 열흘에 걸쳐 블랙홀을 관측한 뒤 2년간의 분석을 걸쳐 공개했다. 죽은 별에서 태어나는 블랙홀 블랙홀은 우주의 무덤이자, 우주 먹보이다. 블랙홀은 연료를 다 소모해 완전히 타버린, 죽은 별에서 생성된다. 우주는 이런 초대질량 블랙홀에 거대가스 성운, 행성, 별 등을 먹이로 제공한다. 블랙홀의 질량 때문에 주변의 우주 공간은 아주 심하게 휘어서 시간조차 멈춰버릴 것처럼 보인다. 블랙홀 가까이에 접근한 모든 것은 블랙홀을 절대 빠져나가지 못한다. 빛조차 블랙홀을 빠져나갈 수 없다. 쉽게 말해서, 블랙홀은 중력이 너무 강해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는 천체이다. 중력은 블랙홀에 가까울수록 커지므로, 블랙홀 중심으로부터 어느 특정 거리 이상에서는 블랙홀에 가까이 갔더라도 다시 빠져나올 수 있는 반면, 그 경계면을 넘어서면 빛이라고 하더라도 다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그 경계면을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한다. 가수 윤하의 음원차트 역주행으로 유명한 노래, 바로 그것이다. ‘사건의 지평선’은 본래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이 외부에 영향을 줄 수 없게 되는 경계면을 의미한다. 사건의 지평선을 관측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블랙홀의 경계면으로, 결국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블랙홀과 블랙홀 아닌 곳 사이의 경계선 뿐이다. 원래 인간이 어떤 물체를 보려면 그 물체가 빛을 내뿜거나, 빛을 반사해줘야 한다. 그러나 블랙홀은 빛조차 삼켜버리기 때문에, 블랙홀의 실제 모습을 본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 이유로 블랙홀은 마치 검은 구멍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것이 최초의 블랙홀 사진입니다” 019년 4월 10일, 한 장의 사진이 전세계 언론을 열광시켰다. 검은 바탕에 도넛 같은 붉고 노란 원형 고리가 떠 있는 사진이었다.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이하 EHT)’ 협력단의 EU 대표 하이노 팔케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 천체물리학 교수는 당시 벨기에 브뤼셀의 기자회견장에서 이 사진을 공개하며 말했다. “이것이 최초의 블랙홀 사진입니다” EHT팀은 처녀자리 은하단의 한가운데에 있는 M87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 M87 블랙홀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Km) 떨어져 있으며 질량은 태양의 6500억배에 이른다. 그동안 상상의 영역으로만 존재했던 블랙홀의 모습이 드디어 그 정체를 드러낸 것이다. 이날 EHT팀이 공개한 블랙홀 사진은 한쪽이 밝게 빛나는 초승달 모양이다. 이는 블랙홀 자체가 아니라 그 주변을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고 있는 물질에서 나온 빛이다. 이 물질과 블랙홀 경계면, 즉 사진의 가운데 검은 원과 붉은 고리 경계선이 바로 앞서 언급했던 ‘사건의 지평선’이다. 연구진은 빛이 나오지 않는 블랙홀을 직접 관측하는 대신 블랙홀의 윤곽인 ‘그림자’를 관측하는 방법을 택했다. 쉽게 비유하자면, 보자기가 감싸고 있는 모양을 보고 그 안의 물체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것과 같다. 관측 결과 블랙홀은 마치 달걀 속 노른자 안에 들어 있는 것처럼 위치해 있고, 크기는 지름이 약 150억Km였다. 팔케 교수는 최근 조선일보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블랙홀을 ‘지옥의 문’에 비유한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블랙홀로 들어가는 것은 블랙홀 안에 머무른다. 블랙홀은 이 세상과는 다른 저쪽 세계, 즉 일종의 내세(來世)다.” 지구의 전파망원경 8대가 연대하다 ‘사건 지평선 망원경’(EHT) 연구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전파망원경을 하나로 연결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어 블랙홀의 이미지를 포착하려는 국제 협력 프로젝트다. 그동안 블랙홀은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 하나의 점으로밖에 볼 수 없었다. 전파망원경은 커다란 접시 형태 안테나를 이용해 천체가 보내는 전파를 수집하고, 이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만들어 관측한다. 안테나가 클수록 성능이 좋아지는데, 무작정 안테나 크기를 키울 수 없다. 그 결과 여러 전파망원경의 데이터를 모아 마치 하나의 거대한 망원경처럼 활용하는 기술이 쓰이게 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블랙홀에서 나온 전파가 지구까지 도달하려면 파장이 1.3mm 정도여야 한다고 계산했고, 이 파장대의 전파를 포착하려면 전파망원경 지름이 지구와 비슷해야만 했다. EHT팀은 칠레·하와이에 2대씩, 스페인·멕시코·미국 애리조나·남극에 1대씩 총 8개의 전파망원경을 동시에 가동해 지구만한 망원경과 같은 효과를 냈다. 그리고 2017년 4월 우주의 동일 지점을 응시하며 블랙홀을 관찰했다. EHT팀은 망원경 정밀도가 “프랑스 파리의 카페에 앉아 지구 반대편 미국 뉴욕의 신문 글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고, 각 망원경이 관측해 모은 데이터들을 2년간 결합하고 이미지화했다. 美연구진이 나온 넷플릭스의 ‘블랙홀: 사건의 지평선’ 다큐멘터리에선 이런 비유를 들었다. “거울을 가져다가 망치로 부순 다음, 그 조각을 전 세계에 배포한다고 상상해보라, 그런 다음 각 조각에 있었던 일을 기록하고 그걸 하나로 모아 수퍼컴퓨터에서 거울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이 바로 그것이다” 블랙홀에 이르는 우주여행으로의 초대 이 책은 팔케 교수와 떠나는 우주여행으로의 초대다. 1부 ‘시공간으로의 여행’은 태양계와 천문학의 초기 역사를 다룬다. 2부 ‘우주의 신비’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블랙홀의 탄생, 빅뱅의 발견 등 현대천문학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쉽게 알려준다. 3부 ‘이미지로의 여행’는 전세계 13개 기관과 348명의 과학자들이 협력해, 인류 최초로 블랙홀 사진을 찍는 과정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생생하게 펼쳐진다. 4부 ‘경계 너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저자가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 대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을 겸손하게 고백한다. 인류 최초로 블랙홀 관측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국제협력이 주요했다. 우주는 미국이나 중국 같은 몇몇 강대국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자산이자 미래인 이 우주의 비밀을 풀기 위해선, 인류 모두의 기술과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가 블랙홀 사진 포착이 아닐까. 이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팔케 교수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이런 문장을 남겼다. “우리 인간은 헤아릴 수 없는 광대한 공간을 떠도는 먼지 알갱이 위에 앉은 먼지 알갱이일 뿐이다. 그러나 우주에 감탄하고 질문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세상을 믿고, 희망하고, 사랑할 수 있다. 그것이 우리를 아주 특별한 별 먼지로 만든다.” 저자의 말처럼, 아주 특별한 별 먼지인 우리들이 더 많이 우주에 감탄하고 질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스페이스X가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의 한국 진출을 목적으로 자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이달 8일 국내 스타링크 사업을 전담할 '스타링크코리아 유한책임회사'(Starlink Korea LLC)를 설립했다. 스타링크코리아 유한책임회사는 서울 서초구 강남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했으며, 로렌 애슐리 드레이어 스타링크 사업운영 부문 선임 디렉터가 업무집행자로 등록됐다. 앞서 스페이스X는 올해 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설립예정법인 형태로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신청했다. 규정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30일(영업일 기준) 이내에 심사를 완료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신청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사업등록증을 받으려면 등록 대상이 있어야 한다"면서 "기간통신사업자 신청을 해두고 법인 설립을 나중에 하는 구조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공식 홈페이지에 올해 2분기에 국내 위성통신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지구와 질량과 크기가 비슷해 쌍둥이 행성으로도 불리는 금성에서 살아있는 화산 활동 증거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미국 페어뱅크스 알래스카대학 지구물리학연구소의 로버트 헤릭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5일 텍사스주 우드랜드에서 열린 제54차 달·행성과학 회의에서 30여년 전 레이더 이미지 자료를 분석해 화산 활동이 최근에도 이뤄졌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를 발표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알래스카대학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NASA 금성 탐사선 마젤란 호가 1991년에 8개월 시차를 두고 포착한 레이더 이미지에서 마그마나 화산분출물이 지표로 흘러나오는 통로인 화도(火道)의 크기와 형태가 변한 것을 찾아냈다. 이 화도는 적도 인근의 고원 지대인 '아틀라 레지오'(Atla Regio) 안에 있는 두 개의 화산 중 '마트 몬스'(Maat Mons)에서 확인됐다. 아틀라 레지오의 두 화산은 금성에서 가장 큰 화산 축에 드는데 최근까지도 화산 활동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은 됐지만 직접적인 증거는 없었다. 연구팀은 마젤란호가 2월에 포착한 마트 몬스의 화도가 약 2.2㎢로 원형에 가까웠지만 8개월 뒤에 잡힌 이미지에서는 크기가 두 배로 커지고 원형 모양도 깨진 것을 확인했다. 또 용암이 굳었는지 여부까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화도 가장자리까지 용암으로 채워져 화도 안에 용암 호수가 형성된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화도 컴퓨터 모델을 만들어 산사태나 지진 등 다양한 지질학적 상황을 실험한 결과, 화산 분출만이 이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마트 몬스가 지난 2018년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 폭발과 비슷한 양의 용암을 분출한 것으로 추정했다. 헤릭 교수는 "금성이 적어도 1년에 몇차례 분출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화산 활동이 진행 중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 이뤄질 금성 탐사에서 새로운 화산 분출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해상도가 낮은 30여년 전 레이더 이미지를 분석하느라 애를 먹었는데, 앞으로 10년 안에 새로운 금성 탐사선 '베리타스'(VERITAS)가 발사되면 좀 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베리타스는 첨단 전천후영상레이더로 3차원(3D) 지도를 만들고 근적외선 분광기를 활용해 두꺼운 구름에 가려져 있는 금성의 지형은 물론 내부 구조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구와 비슷한 질량과 크기를 갖고도 납도 녹일 만큼 뜨겁고 혹독한 환경을 갖게 된 과정에 대한 단서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베리타스 과학팀에 참여 중인 툴레인대학의 제니퍼 휘튼은 "금성은 수수께끼 같은 세계로, 마젤란호는 많은 가능성을 제시해 줬다"면서 "불과 30년 전에 화산 분출이 있었다는 점을 확신하게 됐는데, 이는 베리타스가 하게 될 엄청난 발견의 작은 예고편"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서도 발표됐다.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는 국내 첫 민간 시험발사체 '한빛-TLV'의 재정비를 마치고 발사 절차를 다시 시작한다고 15일 밝혔다. 한빛-TLV는 현지시간으로 15일부터 21일 사이에 다시 발사대에 설 예정이다. 이노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브라질 공군 산하 알칸타라 우주센터(CLA)에서 한빛-TLV를 발사하려 했지만, 기상 악화와 동기화 오류 등 기술적 문제가 거듭 발생하면서 세 차례 일정이 연기됐다. 이후 회사는 현지시간 8일 같은 발사장에서 발사를 다시 시도했지만, 이륙 10초를 앞두고 점화 카운트다운 중에 자동 중단됐다. 이노스페이스는 극저온 산화제 충전 시간 동안 발사체 내 점화기 전원 공급용 배터리가 과냉각 되면서 일시적으로 전력 성능 저하가 발생해 오류가 자동 감지돼 발사 시도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브라질 우기로 인해 비를 피해 상대적으로 대기 온도가 높은 낮 시간대에 발사가 진행되면서 산화제 충전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진 것이 변수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후 기술적 개선 조치와 부품 손상 여부 등을 점검한 결과 기체 손상은 없었으며 점화기 배터리 과냉각을 개선하기 위해 배터리 위치를 변경하는 등 조치해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자체 민간 독자 기술로 설계부터 엔진 개발, 발사체 조립 제작을 거쳐 시험발사까지 이른 만큼 완벽한 기술 확보를 목표로 도전을 지속할 것"이라며 "한빛-TLV는 시험발사 재시도를 위해 조만간 발사대에 다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