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문연구원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관측할 항성 'WD 0806-661'과 외계행성 'WD 0806-661 b'의 이름으로 한국이 제안한 마루(Maru)·아라(Ahra)가 선정됐다고 8일 밝혔다. 국제천문연맹(IAU)이 지난해 10일 진행한 '외계행성 이름 짓기 공모전' 결과를 이날 오전 0시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된 이번 공모전에는 91개국, 603건의 이름이 제안됐다. IAU 최종선정위원회는 각국이 제안한 후보를 검토해 최종 20개의 외계행성계 이름을 발표했다. 마루와 아라는 과학적인 명칭과 함께 고유명사로 영구 사용된다. 제안자인 이지우·김수민·김도연(17·동덕여고) 양은 "항성과 외계행성 이름으로 하늘이 연상되는 단어인 마루와 바다가 연상되는 단어인 아라로 지었다"며 "천문학을 통해 환경 문제를 함께 생각해보고 싶어 제안했다"고 말했다. WD 외계행성계는 지구에서 약 63광년 떨어져 있으며, 남쪽 하늘의 별자리인 날치자리에 자리 잡고 있다. 태양 질량의 약 0.6배인 항성 WD 0806-661과 목성보다 약 8배 무거운 외계행성 WD 0806-661 b로 이뤄져 있으며, 항성과 행성과의 거리는 약 2천500AU(1AU는 태양과 지구 간 평균 거리인 1억5천만㎞)다.
5월31일 미 우주항공국(NASA)은 이른바 ‘미확인이상(異常)현상’(UAPㆍUnidentified Anomalous Phenomena)에 대해 “약 800건의 수집된 UAP를 조사한 결과, 2~5%만이 설명되기 어려웠다”고 발표했다. 이 경우에도 과학적ㆍ체계적으로 수집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UAP의 존재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를 유보했다. UAP는 과거 UFO(미확인비행물체)라고 불리던 것으로, 미 국방부는 이를 ‘미확인공중(Aerial)현상’이라고 부른다. 지난 4월 미 국방부는 “650여 건의 사례를 분석했지만, 외계에서 왔다고 결론 내릴 수 있는 것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NASA는 작년 6월 천체물리학자ㆍ우주비행사ㆍ우주과학자ㆍ해양학자ㆍ언론인 등으로 구성된 16인의 UAP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포괄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과거 이상 현상으로 분류됐던 것들 중 상당수는 멀리 떨어진 은하에서 발생한 천문학적인 현상인 ‘고속 전파 폭발’이었고, 일부는 착시(錯視), 민간 여객기, 풍선이 빚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NASA의 닉 폭스 과학 국장은 또 “조사할 가치가 있는 일부 고(高)퀄리티의 과학적 데이터의 경우에도, 피사체가 기밀이 아니라 이 데이터를 수집한 센서가 기밀이어서 해당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에 앞서 5월 25일 오전4시16분쯤(한국시간) 화성에서 발신한 ‘외계’ 신호가 지구에 수신됐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그린뱅크에 있는 로버트 C 버드 천문대와 캘리포니아 북부의 앨런 전파망원경 배열(Array), 이탈리아 북부의 메디치나 전파 천문대 세 곳이 이를 수신했다. 온통 암호로 이 메시지는 아직 ‘해독(解讀)’되지 않아 내용을 알 수 없다. 그런데 화성에서 이 신호를 보낸 주체는 진짜 외계 생명체가 아니라, 화성 궤도를 돌며 대기를 관측하는 위성인 TGO(Trace Gas Orbiter)이었다. 2016년 유럽우주국과 러시아우주국이 공동 제작해 발사한 위성이다. 이 위성이 오전4시에 모의 ‘외계’ 신호를 지구로 보냈고, 이걸 16분 뒤에 세 곳의 전파망원경이 받았다. 1997년 외계 지적 생명체의 존재를 다룬 공상과학 영화 ‘콘택트(Contact)’에서 젊은 천문학자 엘리 애러웨이는 지구에서 약 25광년 떨어진 항성 베가(Vega)에서 온 전파 신호를 탐지한다. 베가는 실제 있는 별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외계 생명체가 보낸 메시지 속의 설계도대로 베가에 닿을 우주선을 합동으로 제작했고, 애러웨이는 여러 개의 웜홀(wormhole)을 지나는 초(超)공간(hyperspace) 이동을 통해 이 지적 존재를 만난다. 세 곳의 천문대에서 수신한 이 신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SETI(외계 지적생명탐사)연구소가 전세계인의 외계 지적 생명체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려고, 주관한 이벤트다. 영화 속 주인공 애러웨이처럼 전세계의 전문가와 일반인들이 참여해 이 외계 신호의 코드를 풀자는 것이다. 행사를 주도한 이는 SETI 연구소와 그린뱅크의 로버트 C 버드 천문대의 상주(常駐) 미디어 아티스트인 다니엘라 드 폴리스. 아마추어무선가로도 활동한다. 드 폴리스는 SETI 전문가들과 우주과학자들, 예술가들로 팀을 꾸려서 ‘우주의 신호(A Sign in Space)’라는 제목의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그는 “외계 문명권으로부터 메시지를 받게 되면, 이는 인류에게 엄청난 변혁을 초래하는 경험이 될 것”이라며 “‘우주의 사인’을 통해서 전(全)지구적 차원에서 이런 시나리오에 대한 실질적인 연습과 준비를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프로그램에 관여한 앨런 전파망원경 배열(ATA)의 웨일 파라 박사는 “외계 생명체가 보낸 메시지를 처리ㆍ분석ㆍ이해해 의사소통하는 것은 천문학의 범위를 넘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요구해, 공동체가 이 도전을 함께 헤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 천문대의 연구진은 이 시그널을 처리해서, 전세계 천문학계의 동료와 일반에 공개했다. SETI 연구소 측은 또 외계 고등문명권이 보내는 ‘테크노시그니처(technosignature)’의 탐지가 인류 사회에 미치는 의미를 놓고, 앞으로 6주 남짓 온라인으로 수 차례 미팅을 개최할 예정이다. 일반인이 메시지를 다운로드하고, 해독(decoding)한 결과를 제출할 수 있는 웹사이트도 개설했다. 그런데, 1974년 한 천체물리학자가 처음으로 우주로 메시지를 보냈을 때에는 아무도 완벽하게 이를 풀지 못했다. 외계 고등 문명도 인류처럼 전파 이용할 것 1960년 이래 일부 천문학자들은 전세계 전파 망원경으로, 외계 지적 생명체가 먼 우주에서 사용하거나, 의도적으로 지구를 향해 보낸 전파 신호를 찾아 나섰다. 이 우주에 고등 문명권이 있다면, 인류처럼 전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 60여 년간 의미 있는 전파 신호를 포착하지 못했지만, 우리은하에만 태양과 같은 항성이 2000억 개 존재하고,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에만 2조 개의 은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도 못 풀었던 드레이크의 메시지 그런데 우리가 진짜 외계 문명으로부터 메시지를 받는다면 풀 수 있을까. SETI의 아버지로 불리는 코넬대 천체물리학자였던 프랭크 드레이크는 1974년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Arecibo) 전파 망원경을 이용해 73개의 행과 23개의 열에 0과1로 구성된 1679개의 암호 메시지를 허큘리스 대성단(M 13)을 향해 쐈다. 지구에서 2만5100 광년 떨어진 성단이다. 2017년 허리케인으로 막대한 피해를 겪은 이래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아레시보 망원경의 지름은 305m로, 2016년 중국이 지름 500m의 구면(球面) 전파 망원경(FAST)를 완공하기 전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전파 망원경이었다. 그러나 1~10까지의 숫자와 태양계의 구성, 원자 번호, 인체 신장 등을 적은 이 ‘아레시보 메시지’는 지구에서 아무도 풀지 못했다. 같은 코넬대 천체물리학자로 외계 문명의 존재 가능성을 강력히 주창했던 칼 세이건도 완벽하게 풀 수는 없었다. 지구에서 보낸 전파를 수신할 수 있다면, ‘위험한’ 외계 문명권 일부 과학자들은 드레이크가 국제적인 협의나 참여 없이 독자적으로 아레시보 메시지를 보냈다고 비판했다. 이들이 우려하는 이유는 인류가 TVㆍ라디오 방송을 통해 전파를 송출한 역사가 고작 100년 밖에 안 된 것을 고려하면, 우리의 전파 메시지를 수신해서 반응할 수 있는 외계 문명권은 ‘확률적으로’ 인류보다 훨씬 고등한 문명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리학자 스티브 호킹은 2010년 “외계 생물체가 우리의 존재를 알아서 지구를 방문한다면, 그 결과는 컬럼버스가 아메리카에 도착했을 때와 비슷할 것”이라며 “그의 방문은 원주민들에게는 결코 좋은 결과가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호킹과 같은 생각을 하는 과학자들은 “외계 생물체가 인류에 대해 굳이 악의(惡意)가 있을 필요도 없다. 그들은 우리를 ‘개미’처럼 볼 것이다. 뭔가 다른 것을 찾으러 가는 길에, 우리를 밟고 지나가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다”고 말한다. ‘탐색’하는 SETI에서 ‘메시징’에 주력하는 METI로 확산 반대로 지구와 인류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이들은 인류 문명을 파괴할 수도 있는 외계 고등 문명권이 있다면, 그 문명권은 지난 100년간 지구에서 우주로 의도치 않게 흘러 나간 수많은 라디오, TV 전파를 수신해 인류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SETI 활동을 하던 이들 중 일부는 아예 외계 지적 존재의 ‘탐색’이 아니라, 이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데 더 주력하는 METI(Messaging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활동을 벌인다. 그러나 의도적인 전파 메시지 송출에 반대한 캠프는 “우리가 쓰는 전파가 수십 년간 우주를 떠다닌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신호도 약하고 어느 한 곳을 겨냥해 집중된 것이 아니었다”며 “특정한 천체를 향해 발신하는 전파 망원경의 의도적인 송출은 훨씬 강력하다”고 반박한다. 이는 ‘속삭임’과 ‘고함’처럼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2017년 6월 인류학자 스티븐 존슨은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기고한 장문의 글에서, “METI 활동이 지구에 초래할 수도 있는 파괴적 결과를 고려한다면, 왜 특정 지식인 그룹이 여섯 살짜리 아프리카의 소녀보다 지구에 대해 더 큰 대표권을 가져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누구나 같은 양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외계 문명권이 그 메시지를 수신하기 전까지는 소녀의 평균 수명이 지식들보다 더 긴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그 소녀의 지분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현재 외계 생물체와의 통신을 관리하는 국제적인 기구는 없다. 그래서 일부에선 25일 새벽 화성에서 온 신호는 단지 메시지를 해독하는 차원을 넘어, 어떻게 ‘답장’할 것이냐에 대해서도 전지구적으로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올해 2월 달 궤도에 도착해 관측 임무를 수행 중인 달 탐사선 다누리의 수명이 2023년에서 2025년까지로 2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7일 세종 과기정통부 청사에서 미디어데이를 열어 "다누리호 연간 소모 연료량과 남은 연료량을 고려할 때 2025년까지 운영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달 중 달 탐사 사업 추진위원회를 통해 임무 연장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누리는 연간 소모 연료량이 26~30㎏ 정도인데 지난해 10월 기준 86㎏이 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소모 연료량이 예상보다 적은 상태여서 애초 설정했던 임무 기간 1년을 넘어 본체와 하드웨어 등도 2025년까지 운영할 수 있다고 오 차관은 설명했다. 오 차관은 최근 외교 성과로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과학기술 분야 국제협력이 강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EU와 호라이즌 유럽 가입 본협상을 진행하며 거버넌스 등 구체적 사항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며 "일본과는 (과학기술 분야에서)문부과학성과 국장급 회의를 논의 중이고 실무협상이 잘 진행되면 고위급 회담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 공동연구 등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규정을 담은 국제협력 관련법도 제정을 준비 중"이라며 "예산도 대폭 확대를 위해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내년 연구개발(R&D) 예산과 관련해서 오 차관은 "국가 재정상황이 좋지는 않아 전체 정부 예산 자체가 많이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게 전반적 추세"라며 "전체적으로 R&D 예산도 증가를 최소화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주 분야에서는 10월 중 우주기술사업화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누리호 후속 사업인 차세대발사체사업과 관련해서는 단장 선임을 7월까지 마무리 짓고, 체계종합 기업 공고는 8월 중 진행해 10월 중 기업을 선정하기로 했다. 여러 차례 연기 끝에 지난달 저에너지 구간 시운전에 성공한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에 대해 오 차관은 "고에너지 가속 장치 개발을 위한 선행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전단부와 후단부에 쓸 가속관 시제품 성능을 확인하고 있는데 성능이 검증되면 제작공정 최적화 등을 거쳐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형 프로젝트는 실제로 해 보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발생하는데 이를 반면교사 삼아 어떻게 줄여나갈지 고민하고 있다"며 2030년 완료 목표인 2단계 고에너지 구간 개발 사업도 최대한 당길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가진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오 차관은 "연구활동, 인력, 융합이 안 되는 문제, 구조적 문제 등에 대해 현실적으로 다는 어렵지만 빠르게 해결해나갈 과제를 모으고 구체화하는 작업을 해 나가고 있다"며 "선언적 내용에 그치지 않고 변화를 끌어갈 아이템들을 논의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가 고도 550㎞에 올려놓은 위성 8기 중 6기가 우주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누리호 주탑재 위성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개발한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초기 운용 과정을 순조롭게 이어 나가고 있다. 또 큐브위성 7기 중 신호가 확인된 5기도 자세제어 등 임무 시작을 위한 준비 단계에 접어들었다.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AIST 등에 따르면 차소위 2호는 현재까지 주 탑재체인 영상레이다(SAR) 안테나를 비롯해 자세 제어와 전력계, 추력기 등이 정상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태성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차소위 2호 사업단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발사 후부터 지금까지 수십 차례 계획된 대로 신호 수신이 이뤄지고 있다"며 "위성 본체에 대해서는 안정적으로 작동되는 걸 지난주까지 다 점검했기 때문에 이번 주부터 탑재체에 대한 기능 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차소위 2호는 발사 후 1달까지 위성 본체에 대한 세부 기능을 점검하고, 3개월까지 모든 탑재체에 대한 세부 기능 점검을 하면 정상 임무를 위한 위성 상태 최적화가 마무리된다. 위성이 KAIST 지상국과 스웨덴 보덴 지상국 위를 지나는 짧은 시간 동안 실시간으로 시험을 진행하고 있어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고 장 단장은 설명했다. 장 단장은 현재까지는 초기 운용 과정이 순조롭다면서도 "중점 기술이 SAR인 만큼 영상이 확보되기 전에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편대비행 큐브위성 도요샛 4기는 누리호로부터 사출이 안 된 것으로 추정되는 3호 '다솔'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상 작동하고 있다. 이재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장은 "초기 운영 중이고 상태 안정화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문연은 한 달가량 태양전지판 전개, 탑재체 점검, 추력기 시운전 등 초기 운용을 진행하고, 정상 운영이 시작되면 각 위성 간 간격 등 기존 계획을 그대로 활용해 3대만으로 우주 날씨 관측 등 임무를 진행하기로 했다. 기업 큐브위성 3기 중 카이로스페이스의 'KSAT3U'는 양방향 교신과 자세 제어 등 초기 운용 단계를 진행 중이다. 카이로스페이스는 긴 작대기 모양의 폴형 안테나에 자체 개발한 부착 방식의 패치 안테나를 도입함으로써 교신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양수 카이로스페이스 본부장은 "상태 보고가 계속 오면서 양방향 교신이 원만하게 잘 이루어지고 있다"며 "충전이 필요할 때는 태양을 바라보는 자세 제어를 하는 등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루미르의 'LUMIR-T1'도 지상국에서 신호를 원활히 수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져스텍의 'JAC'는 여전히 신호가 잡히지 않는 상황으로 계속해 교신을 수신 중이다. 큐브위성의 경우 수 주간 교신이 되지 않다가도 뒤늦게 신호를 확인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과기정통부와 기업은 교신을 지속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천문연도 만에 하나를 대비해 다솔의 신호를 찾는 작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 본부장은 "위성이 지나가는 방향을 향해서 주파수를 맞춰 놓고 신호를 잡고 있다"며 "계속해서 교신 시도는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누리호 2차 발사 당시 실렸던 대학 큐브위성 4기 중 유일하게 현재도 동작 중인 연세대학교 '미먼'은 사출 48일 만에 신호를 받는 데 성공했다. 미먼은 현재 지상과 교신하며 비행 소프트웨어를 갱신하는 과정이 마무리 단계로, 이 과정을 마무리하면 한반도 미세먼지를 관측하는 시운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상영 연세대 교수는 "미먼은 통신 상태와 전력 상태가 모두 양호하다"며 "비행 소프트웨어 중 상호 연동이 잘 안되는 부분이 있어 지상에서 실험을 통해 만든 소프트웨어를 위성에 업로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31일 군사정찰위성을 탑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미리 통보한 정식 예고기간(5월 31일 0시∼6월 11일 0시) 첫날에 호기롭게 쏘아 올렸지만, 위성체 궤도 진입은 커녕 발사체가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서해에 추락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동창리 발사장에서 발사체를 쏜 지 2시간 30여분만인 오전 9시 5분 '발사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국가우주개발국은 "'천리마-1'형에 도입된 신형발동기 체계의 믿음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데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원인 해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천리마-1'로 명명한 위성운반로켓의 신형 엔진과 연료에 사실상 기술적 결함이 있다고 시인한 것이다. 북한이 기술적 준비를 완벽히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 발사를 서둘렀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기술적 완전성보다는 정치적 동기가 더 강하게 작용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7월 27일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을 맞는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을 앞두고 상반기 안에 '위성발사 성공'에 따른 축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최근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과 인근 제2발사장에서 공사가 비체계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체계적으로 간다는 의미보다는 정치적 기간 내 압박을 받으면서 해야 하는 문제로 설정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도 "6월 초순까지는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통해 군사적 치적을 쌓고 이를 통해 내달 중순 전후로 당 전원회의에서 자축하고 마무리로 전승절에 대규모 열병식을 열어 아마 국제사회와 대화하는 국면 전환을 구상하고 있지 않을까"라고 풀이했다. 실제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인 공개 행보는 온통 정찰위성 발사에 집중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찾아 정찰위성 제작 완성을 선언한 이후 한 달 가까이 잠행하다가 지난 16일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시찰한 자리에서 '차후 행동 계획'을 승인하며 위성 발사에 온전히 관심을 쏟고 있음을 보여줬다. 북한은 여기에 더해 내달 상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를 소집해둔 터라 위성 발사 성과를 평가하는 자리로 삼으려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홍 실장은 "상반기에 이게 실패하거나 아무것도 아닌 상태에서 지나가 버리면 하반기까지 주민들을 결속하는 성과 제시가 상당히 늦게 나오게 되는 상황"이라고 봤다. 이번 상황은 북한이 2012년 4월 13일 '광명성 3호' 위성을 탑재한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발사했다가 실패한 상황과도 비슷하다. 당시는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을 앞둔 데다가 김 위원장이 막 집권을 시작한 시기로, 기술적 완비를 꼼꼼히 챙기기보다는 내부 결속을 위한 군사적 성과에 급급해 발사를 서두른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있었다. 이후 북한은 재정비를 거쳐 8개월이 지난 그해 12월 '광명성 3호 2호기'를 다시 쏘아 올려 궤도 진입에 성공하긴 했지만 정상 작동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우주개발 일정을 경쟁적으로 의식한 측면도 성급한 발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지난 25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3차 발사가 이뤄진 지 나흘 뒤 위성 발사 예고 시기를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정찰위성 개발 구상을 밝힌 이래 분주히 준비해오다가 그 결과물의 '실패'를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알리는 꼴이 됐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발사한 자칭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해상에서 인양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은 발사체 수거가 완료되면 전반적인 성능과 외국 부품 사용 여부, 기술 수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양 총장은 위성발사 실패에 대해 "북한 또는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상당부분 심리적 타격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당 8차대회 결정사항인데다가 (김 위원장이) 관계 기관을 현지지도하면서 독려를 해왔는데 외부적으로 한국 누리호가 성공하고 북한이 실패했으면 국제사회에서 비교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번 발사에 실패한 북한은 조만간 재발사에 시도할 전망이다. 국가우주개발국은 "엄중한 결함을 구체적으로 조사 해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학기술적 대책을 시급히 강구하며 여러가지 부분시험들을 거쳐 가급적으로 빠른 기간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한 가운데 우리 군은 연내 정찰위성 1호기를 쏘아 올릴 계획이다. 군은 2010년대 초반부터 한반도 및 주변 지역에 대한 전천후 영상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군사 정찰위성 획득을 목표로 하는 '425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사업은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총사업비 1조2천억원을 들여 북한 미사일에 대응해 고성능 영상레이더(SAR) 탑재 위성 4기와 전자광학(EO)·적외선(IR) 탑재 위성 1기 등 정찰위성 5기를 확보하는 사업이다. 2014년 제80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사업추진이 확정됐으나, 기획재정부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사업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운영 주체를 놓고 정부 기관 간 갈등이 빚어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애초 목표한 2020년보다 3년 늦게 1호기가 우주로 향할 예정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월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 '425사업'의 전자광학·적외선 위성을 올해 11월 발사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정찰위성 1호기는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에 실려 우주 궤도에 오른다. 발사장소는 미 반덴버그 공군기지로 잠정 결정됐다. 군 정찰위성의 해상도는 가로세로 0.3∼0.5m 수준으로 알려졌다. 가로세로 0.3∼0.5m가 점 하나로 표현된다는 의미다. 해상도 3m급으로 추정되는 북한 정찰위성과 비교하면 100배가량 정밀한 영상정보를 얻을 수 있다. SAR을 탑재한 위성 4기는 전자파를 지상 목표물에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 데이터를 합성해 영상을 만들며, 날씨와 관계없이 북한 지역을 관측할 수 있다. 전자광학·적외선 위성은 SAR 위성보다 선명한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지만 날씨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구름이 많이 낄 경우 북한 지역 감시가 제한될 수 있다. 425 위성 5기의 전력화 목표 시기는 2025년으로 잡고 있다. 4기의 SAR 위성과 1기의 광학 위성이 전력화될 경우 위성의 재방문 주기를 고려할 때 특정 지점을 평균 2시간 단위로 관측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약 2시간의 감시 공백이 발생하는 문제는 초소형 군집 위성을 활용해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위성을 초소형으로 제작해 군집 형태로 운용하면 낮은 비용으로도 위성이 같은 지점 정찰을 위해 궤도를 한 바퀴 도는 재방문 주기를 줄일 수 있다. 군은 초소형 군집위성을 자체 개발은 물론 외국의 군집 위성 전문업체로부터 전시에 위성을 빌려오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겸 합참의장은 지난 24일 합참 주최 '합동군사우주력 발전 세미나'에서 "올해 군 정찰위성 1호기 발사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5기를 전력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다목적 실용위성 개발 참여 등 국가우주개발과 연계해 우주전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미국 민간 이미지 위성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는 북한 평안북도에 위치한 서해위성발사장에 새 발사장이 건설되는 사진을 공개했다. 가로 140m, 세로 40m의 직사각형 형태였다. 지난달 30일 촬영된 위성 사진에선 흙바닥이 드러났는데, 5월16일엔 콘크리트 타설이 끝났다. 22일 사진에선 발사장 전체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미국의 첩보 위성도 아닌 민간 이미지 위성이 어떻게 북한 미사일 발사기지의 변화를 이렇게 자세히 알 수 있을까. 이는 플래닛의 위성이 지구 어느 곳이든 하루 평균 12장의 사진을 찍기 때문이다. 관심 지역을 시차를 두고 모니터하니, 변화하는 모습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지구 궤도를 돌며 원격으로 지상의 이미지와 무선 신호, 기타 데이터를 수집하는 위성은 정부와 군ㆍ정보기관의 전유물이었다. 이런 위성을 통해 군사시설을 모니터하고, 삼림 훼손이나 환경오염 실태를 파악하고, 금수(禁輸) 조치를 위반한 선박들을 적발했다. 그러나 최근 20년간 미국에선 민간 위성 관측 산업이 급속 성장했다. 민간의 지구 관측 위성 수는 2006년 11개였던 것이 작년에는 500개를 넘어섰다. 이 중 200여개가 플래닛의 군집 위성이다. 2013년에 설립된 플래닛 랩스는 이 위성들로 지구의 모든 곳을 찍어 하루에 25 테라바이트 (10의 12승)에 달하는 이미지 데이터를 생산한다. 그리고 농업수확량 예측, 불법 채굴 실태, 극지방의 얼음 두께 파악, 오염원 배출, 불법 조업 포착, 지진ㆍ화산 폭발 상황 등 정부와 민간이 원하는 다양한 목적에 따라 이미지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스페이스X가 민간 재사용 발사체로 로켓 발사 시장을 뒤흔들었다면, 플래닛은 막대한 이미지 데이터를 쏟아내는 위성 군집으로 기존 이미지 위성 업계를 뒤집었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하루에만 25 테라바이트씩 쌓이는 방대한 이미지 데이터를 적시에 판독하고, 용도에 따라 데이터를 분석해 제공하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플래닛의 상품ㆍ비즈니스 담당 사장인 케빈 와일은 지난 21일 “이 데이터를 함께 분석할 파트너 사를 찾는다”며, “우리는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를 다 기록해 왔다. 플래닛의 데이터는 세계에서 가장 덜 개발된 데이터일 것”이라고 말했다. 플래닛은 또 마이크로소프트 사와 함께 인공지능(AI)를 이용한 ‘플래닛GPT’를 통해 모든 사진을 색인화해 탐색이 쉽게 하고, 고객의 다양한 문의에 바로 ‘답’이 도출되게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구 관찰 기업을 넘어, 데이터ㆍ정보 제공 업체로 발전하려는 것이다. 5㎝ 식별하는 위성 가진 미 정보기관들도 플래닛 이용 플래닛은 작년에 미 국방부 산하 국가정찰국(NRO)과 5년간 위성 사진을 제공하는, 1억4600만 달러짜리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윌리엄 마셜은 4월말 경영 보고에서 “올해 1분기 매출은 4010만 달러로 작년 동기(同期)보다 26% 증가했고, 전세계 고객 수(826개 사)도 23% 증가했다”고 밝혔다. 플래닛 고객의 절반은 미국 정부다. 이 중에서도 절반은 국방 부서와 정보 기관들이다. 미국 첩보 위성의 해상도는 화소(pixel) 당 5㎝ 이하다. 반면에, 플래닛 위성 중 해상도가 가장 뛰어난 스카이샛(SkySat)도 화소 당 50㎝에 불과하다. 왜 굳이 플래닛 위성을 이용할까. 고도 3만5800㎞ 의 정지궤도에 위치한 미 국방ㆍ정보기관의 최첨단 정찰위성은 1개를 만들어 발사, 운영하는 비용이 10억 달러(약 1조3300억 원)에 달한다. 이렇게 비싼 위성은 CIA도 원하는 만큼 충분히 보유하기 힘들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플래닛 위성1개의 제작비는 100만 달러가량에 불과하다. 또 한 번에 수십 개씩 제조ㆍ발사되며, 1개 위성이 지구를 하루에 16번 돈다. 매달 전세계 수천 곳의 활주로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미 국방ㆍ정보기관으로선 신뢰할 만한 민간 위성업체에 이를 위탁할 필요가 있었다. 작년 8월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이 크림 반도의 러시아 공군기지를 공습했다. 러시아는 “피해가 미미하다”고 발표했지만, 미국 정부는 곧 러시아 전투기들이 파괴된 플래닛 위성 사진을 공개했다. 미국 정부는 보유한 최첨단의 첩보 위성이 찍은 이미지를 공개하거나 외국 정부와 공유하려면 내부의 복잡한 기밀 해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민간 이미지는 기밀이 노출될 위험 부담도 없다. 민간 위성 업체인 플래닛에 대한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원들 몇이 레고(Lego)로 만든 모형 인공위성이었다. 시작은 레고로 만든 모형 위성 캘리포니아주 에임스에 있는 NASA 연구센터의 20대 연구원 윌리엄 마셜과 크리스 보쉬하이젠은 2009년 이곳을 방문한 대학생들과 한동안 일을 하게 됐다. 두 사람은 당시 달 궤도를 돌다가 표면에 충돌해 물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우주선을 개발 중이었다. 그러나 에임스 센터 측은 외국인 학생들이 포함된 것을 알고 기밀 노출을 꺼려, 두 사람에게 상자로 모형 위성이나 만들라고 지시했다. 두 사람은 레고 사의 프로그램이 가능한 교육용 장난감 로봇에, 시중에서 구입한 자이로스코프(gyroscope), 자기계, 카메라와 여러 센서를 부착해 런치박스만 한 모형 위성을 만들었다. 이걸 천장에 매달고 원격 조종을 했더니, 이 모형 위성은 자세를 잡고 사진을 찍었다. 스마트폰을 토대로 위성을 만들 수 없을까 그때 두 사람에게 번득 스친 아이디어가 소형 컴퓨터인 스마트폰으로 위성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당시 애플과 안드로이드폰 제조사의 스마트폰은 데이터 저장 능력과 속도계, GPS, 카메라, 자이로스코프, 무선 통신 등 인공위성에 들어갈 기본 요소를 다 갖추고 있었다. 혁명적 변화였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전통적인 위성 제조사들은 우주의 혹독한 환경을 견디려면 뭐든지 튼튼하고 특수하게 주문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두 사람은 NASA 에임스 센터 측에 스마트폰을 토대로 위성을 만들자고 했지만, “우리는 X박스(게임기)나 셀룰라폰 같은 것은 만들지 않는다”고 퇴짜 맞았다. 은밀히 시작한 NASA의 폰샛 프로젝트 두 사람은 조용히 ‘폰샛(PhoneSat)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사서 해체하고 필요한 일부 장치들을 붙여서 우주로 보내기로 했다. 센터에는 알리지 않았다. 이 작업이 알려져 ‘미션’이라는 NASA의 타이틀이 붙으면, 진행상황을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관리 감독을 받는 등 관료주의적 간섭이 따르기 때문이었다. 상관이 융통해준 예산은 3000달러. 2010년 7월 초기 폰샛 원형이 만들어졌다. 이 폰샛이 발사 시 로켓의 진동과 여러 물리적 힘을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해야 했지만, 로켓이 없었다. NASA가 발사하는 대형 로켓의 탑재공간 한쪽이라도 얻으려면 엄청난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들은 네바다 주의 한 사막에서 벌어진 아마추어 로켓 경연대회를 찾아 테스트를 했다. 이어 가로ㆍ세로ㆍ높이가 각각 10㎝인 금속 박스에 들어가는 큐브샛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일부 대학에서 큐브샛 개념이 제안되고 있었다. 폰샛 팀의 목표는 300달러짜리 스마트폰으로 우주에서 10일간 작동할 수 있는 위성을 만드는 것이었다. 8개월 걸려 만들었지만, 고도 32㎞ 의 혹한에서 폰샛의 스마트폰이 자동으로 꺼졌다. 금속 박스 안에 보온재를 추가하는 등 보완을 거듭해, 2013년 4월 큐브샛 3개를 NASA의 다른 화물을 탑재한 안타레스 로켓에 끼어 넣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이 큐브샛 발사 과정에서 NASA의 워싱턴 DC 본부를 방문했고, 이곳에서 NASA가 3억5000만 달러짜리 기상관측 위성 군집을 구축하려는 것을 알았다. 마셜은 “우리 방식대로 하면, 예산의 10분1이면 가능하다”고 제안했지만, 본부의 해당 책임자는 “어림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보쉬하이젠은 ‘나가서 직접 이런 위성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이들이 만든 3개의 큐브샛이 우주에 올랐을 무렵, 두 사람은 이미 NASA를 떠났다. 5년 걸려 제작하는 첩보 위성을 발사하느니… 당시 미국 정부의 정찰ㆍ첩보 위성은 발주(發注)에서 발사하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정부의 제작 의뢰 발주→기업 견적서→복수(複數)의 정부 부서 검토 후 선정→디자인 승인→실물 제작→발사 로켓 선정 등 매 단계마다 수개월~1년이 소요됐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 단계에선 첨단이었던 기술도 발사 시점에선 첨단이 아니었다. 그리고도 2억500만~10억 달러가 들었다. 크기도 소형 스쿨버스만 했다. 이런 대형 위성 하나가 잘못되면 여러 사람의 목이 날아갔다. 또 기껏 찍은 것이 구름에 가리면 낭패였다. 마셜과 보쉬하이젠, 이어 합류한 NASA 연구원인 로비 슁글러는 다르게 생각했다. ‘리튬 배터리, 태양광 패널, 컴퓨터는 신형이 쏟아지는데, 수년에 걸쳐 초강력ㆍ초고가의 대형 위성을 만드는 것은 낭비다. 3~5년짜리 수명의 저렴한 저궤도 위성을 계속 업데이트해서 쏘는 것이 낫다’는 것이었다. 대략 큐브샛 100개면 지구 전체를 매일 찍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큐브샛 군집 위성은 또 시차를 두고 계속 같은 장소를 찍어 지속적인 관찰이 가능하다. 이들이 샌프란시스코의 한 창고를 빌려 ‘플래닛 랩스’를 세우자, NASA와 실리콘 밸리에서 젊은 인재들이 속속 동참하면서 직원 수는 30명으로 불어났다. 네바다 주의 아마추어 로켓 대회에서 만났던 벤처자본가가 300만 달러를 댔다. 이들이 대당 100만 달러도 안 들여 5 ㎏ 무게의 큐브샛인 첫 위성 도브(Dove)을 만들어내기 시작하자, 창업 첫 해인 2013년에 페이팔 창업자이자 투자가인 피터 틸, 구글 회장이었던 에릭 슈밋 등이 투자했다. 2015년엔 1억7000만 달러의 투자금을 더 받아 100개의 도브 위성을 제작했다. 플래닛은 스페이스X, 뉴질랜드의 로켓 랩, 러시아와 인도 우주당국을 찾아가 발사 로켓을 구하느라 바빴다. 위성 수가 많아지면서 초기의 판단 실수도 드러났다. 최초의 도브 위성은 너무 수명이 짧았다. 또 수십 개의 위성을 몇 안 되는 지상국에서 관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카메라 렌즈는 극한의 기온에서 종종 초점이 흐려졌다. 위성의 송출 신호는 수집한 모든 데이터를 보내기엔 너무 약했다. NASA의 베테랑들은 “위성 제작이 얼마나 힘든데, 철부지 변절자들이 화(禍)를 자초했다’며 고소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플래닛은 차근차근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갔다. 지구의 어느 장소든 7년간 누적된 이미지 2000장 1개의 도브 위성은 하루에 51만8000㎢에 달하는 면적의 사진을 찍는다. 한반도 전체 면적의 2배 반에 해당한다. 각 위성이 하루 10차례, 8분의 각 세션에 이미지 데이터를 지상으로 전송한다. 하지만, 도브의 해상도는 1 화소당 3m에 불과하다. 빌딩이나 차는 볼 수 있어도, 더 작은 것은 식별할 수 없다. 2017년에 플래닛은 1화소당 50㎝의 해상도를 지닌 위성을 보유한 스카이샛이란 회사를 샀다. 스카이샛 위성은 냉장고 사이즈만 하다. 고객으로선 도브 이미지로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한 뒤에, 스카이샛으로 관심 지역을 보다 정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플래닛은 현재 고도 450㎞의 저궤도에 떠 있는 180여 개의 도브 위성과 21개의 스카이샛으로 하루에 4000만 장의 사진을 찍는다. 지구 상의 어느 장소든 누적된 이미지가 평균 2000장이라고 한다. 중국이 고비 사막에 짓던 ICBM 사일로, 대학생이 찾아내 2021년 5월 플래닛의 위성 사진을 판독하는 것이 취미인 캘리포니아주의 한 대학생은 중국이 고비 사막에 건축 중이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사일로(silo) 120개를 발견했다. 당시 중국의 ICBM 사일로 건설 소문이 있었지만, 미국 정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중국이 새로 짓는 사일로도 이전 것들처럼 에어돔(air dome)으로 입구를 막았으리라 생각하고 한 달 동안 이런 특징적인 이미지를 찾았다. 드디어 의심되는 지역을 확인했고, 플래닛에 스카이샛으로 이 지역을 집중 촬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무려 120개에 달하는 ICBM 사일로 신축 현장의 전모가 드러났다. 다음날 미 국무부는 “우려스럽다”는 성명을 냈다. 방대한 데이터를 적시에 판독, 분석하는 것이 관건 해상도가 아무리 뛰어나도, 우주에서 기껏해야 1화소가 수 ㎝로 보이는 위성 사진을 판독하는 것은 지금까지 전문가 영역에 속했다. 예를 들어, 전문 판독가는 러시아의 탱크ㆍ전투기 등 각종 무기들의 모습과, 이것들이 위성 사진에서 보이는 특징을 사전에 소상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또 워낙 데이터가 방대하다 보니, 전문 인력들도 요주의 관찰 지역을 집중적으로 본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관심이 없던 지역에서 의외의 일이 발생해도 제때에 포착하지 못하게 된다. 플래닛 랩스도 같은 고민을 갖고 있다. 그래서 AI가 한 번에 수천 장씩 판독하면서 사전에 지시한 관찰 대상을 집중적으로 찾도록 전환하는 것이다. 또 이미지 데이터를 더욱 부가 가치가 있는 정보로 가공할 파트너 사를 찾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플래닛이 등장하기 전에는, 특정 지역의 이미지를 원하는 기업과 개인은 촬영 임무를 받은 위성이 그 지역을 찍은 사진을 얻기까지 수개월 기다려야 했다. 공교롭게도 구름에 덮였다면, 다시 위성에 임무를 내려야 했다. 또 급박성에 따라, 가격이 달라졌다. 플래닛은 이 모든 것을 바꿨다. 플래닛은 저렴한 이미지 군집 위성으로 매일 지구 전체를 고해상도 화질로 반복해서 찍는다. 고객은 언제든 로그인해서 원하는 지역의 실시간, 시기적으로 바뀐 모습을 고해상도 화질로 확인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의 NASA에임스 센터는 보수적 관행을 중시하는 문화와 관료주의가 팽배했다. 그러나 몇몇 연구원은 ‘다르게’ 일하기를 원했다. 이들은 우주에 대한 사랑과, 우주에 대한 주도권을 정부와 군으로부터 민간에게 옮겨 인류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상주의로 뭉쳤다. 시작은 레고로 시작한 모형 인공위성이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3차 발사 과정에서 부탑재위성인 도요샛 4형제 중 3호 '다솔'을 우주로 내보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0일 보도참고자료에서 초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추정됐다고 밝혔다. 앞서 도요샛 3호는 누리호 초기 데이터에서 사출 여부 확인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초기 교신에서도 신호가 전혀 확인되지 않아 누리호에서 사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오후 누리호 초기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 25일 발사된 누리호에 탑재됐던 도요샛 3호는 사출관 문이 여닫히는 신호와 3단 가속도 측정값이 확인되지 않아 사출이 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위성이 우주로 사출되면 작용 반작용에 의해 3단의 속도가 일부 변하게 되는데, 이런 값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원인 파악을 위해 발사 전 과정에 걸친 원격수신정보 상세 분석에 착수하고 1~2달 간 위성과 제어 분야 전문가 등과 함께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누리호는 목표 고도 550㎞, 목표 투입 속도 초속 7.58㎞를 정확히 달성한 것으로 분석 결과 확인됐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안테나 전개 후 위성 자세 제어 기능 확인도 완료됐다. 부탑재위성 중 나머지 도요샛 3기는 지상국과 교신을 완료하고 위성 기능 점검을 수행 중이다. 산업체 위성 중 카이로스페이스 'KSAT3U'는 지상국과 교신에 성공했고 전력계 상태도 정상으로 파악됐고, 루미르의 'LUMIR-T1'은 위성 신호를 받는 데 성공한 이후 지상국과 교신을 시도 중이다. 져스텍의 'JAC'는 아직 위성 신호가 수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학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누리호 3차 발사는 설계대로 성공적인 비행을 수행했으며, 해외 발사체에서도 발사 과정에서 다양한 극한 환경에 노출되는 특성상 큐브위성이 사출되지 않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며 "차세대소형위성 2호와 큐브위성이 우주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착륙선이 하강을 다 마쳤다고 판단했을 때, 사실은 아직도 5㎞ 상공에 있었다.” 지난달 26일 ‘연료 고갈’로 달 착륙에 실패한 일본의 민간 무인 달 착륙선 하쿠토(白兎)-R의 상세한 실패 원인이 공개됐다. 하쿠토-R은 일본의 민간 우주기업인 아이스페이스(iSpace)가 작년 12월 11일 스페이스X의 팰컨 9 로켓으로 발사한 우주선이다. 착륙에 성공했으면 세계 최초로 달을 밟는 민간 착륙선이 될 뻔했다. 그러나 예상 착륙 시간을 넘겨 통신이 두절됐다. 하쿠토-R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우주국의 로버와, 일본 장난감회사 토미가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함께 개발한 초소형 변형 로버인 소라-Q 등이 탑재돼 있었다. 추락한 지 한 달이 지난 25일, 아이스페이스사의 하카마다 다케시 대표는 기자 브리핑에서 “착륙선의 고도를 계산하는 소프트웨어에서 오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즉, 착륙선인 하쿠토-R의 컴퓨터에는 하강 코스를 반영해 사전에 달 표면과의 거리[고도]가 입력돼 있었는데, 이 수치와 착륙선에 장착된 레이저 센서가 측정한 고도 사이에 편차가 너무 크자, 컴퓨터는 실제 측정치를 오류로 판단해 거부했다. 그리고 착륙선 컴퓨터는 달 표면에 근접했다고 판단하고, 예상보다 일찍 추진 로켓을 가동해 초속 1m로 서서히 하강했다. 그 결과 이 착륙 로켓의 연료가 다 떨어진 시점에서, 착륙선은 여전히 달 표면에서 5㎞ 상공에 있었다는 것이다. 하쿠토-R은 이 마지막 5㎞를 초속 100m가 넘는 속력으로 떨어져 달에 충돌했다. 지난 23일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달 탐사 궤도선(LRO)은 하쿠토-R의 충돌 지점과 60~80m로 흩어진 잔해를 확인해 이미지를 공개했다. 일본으로선 작년 10월 소형 고체연료 로켓인 입실론 6호기 실패, 3월 7일 차세대 주력 로켓으로 개발한 H3의 발사 실패에 이어, 잇달아 우주 개발에서 제동이 걸렸다. 충돌구 가장자리의 높은 고도를 입력 안 해 4월 26일 오전 0시40분(한국시간) 하쿠토-R은 달 고도 100㎞에서 하강 모드에 들어갔다. 작년 12월11일 미국 플로리다주의 케이프 커내버럴에서 스페이스X 사의 팰컨 9에 실려 발사된 지 4개월 여 만이었다. 마지막 단계에선 초당 1m의 속력으로 하강해, 오전1시43분 착륙을 마칠 예정이었다. 하강 코스 내내, 착륙선에 입력된 예상 고도와 레이저 센서가 실제로 측정한 고도는 일치했다. 그런데 착륙선이 착륙 지점인 애틀라스 충돌구 주변의 가장자리(rim)를 지날 때에 약 3km라는 편차가 발생했다. 이 가장자리는 달 표면보다 수 ㎞가 높았지만, 착륙선 컴퓨터의 입력 값에는 이것이 반영돼 있지 않았다. 컴퓨터의 입력 값은 ‘고도 0’에 가까웠다. 하쿠토-R의 컴퓨터는 센서 측정치가 입력된 예상 고도에서 크게 벗어나면, 센서 값을 ‘비정상’으로 간주해 무시하도록 프로그램돼 있었다. 하쿠토-R은 즉시 하강 속력을 줄이기 위해 로켓을 연소했다. 결국 5㎞ 상공에서 연료가 떨어졌고, 이후 통제를 벗어난 착륙선은 자유낙하했다. 착륙 지점을 변경한 것도 오류 발생의 한 원인 고도 측정을 둘러싸고 이런 소프트웨어 오류가 일어난 데에는 애초 계획했던 착륙 지점을 나중에 바꾼 것에도 원인이 있다고, 아이스페이스 측은 밝혔다. 즉 원래는 지구에서 보이는 달의 북동쪽 현무암 평원인 ‘꿈의 호수(Lacus Somniorum)’에 착륙하려고 했고, 이를 토대로 우주선의 최종 디자인이 2021년 2월 결정됐다. 그러나 발사 수개월을 앞두고, 보다 평평한 지역인 애틀라스 충돌구로 착륙 지점을 바꿨다. 아이스페이스 측은 “탑재 화물을 맡긴 고객들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쿠토-R의 소프트웨어는 이 착륙선이 애틀라스 충돌구의 가장자리 절벽을 지나면서 발생하는 고도의 급격한 변화를 소화하도록 디자인되지 않았다. 또 미리 입력된 고도 수치에 따른 시뮬레이션도 이를 반영하지 못했고, 충분한 테스트가 이뤄지지 않았다. 착륙선의 소프트웨어 개발은 미국의 우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드레이퍼(Draper)가 맡았다. 착륙선의 엔진, 유도ㆍ통제 시스템, 통신은 모두 정상이었다. 아이스페이스의 최고기술담당 임원(CTO)인 우지이에 료는 “이건 하드웨어의 결함이 아니다. 하드웨어 쪽은 보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정이긴 하지만, 착륙 지점을 바꾸지 않았다면 성공적으로 착륙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는 우주선의 하드웨어적 결함을 고치는 것보다, 소프트웨어 조정 작업이 더 쉽다. 한편 지난 23일 NASA는 달 궤도선(Lunar Reconnaissance Orbiter)이 지난 4월26일 하쿠토-R의 추락 지점 상공을 지나면서 찍은 잔해 사진을 공개했다. LRO가 이전에 같은 지역을 찍은 사진들과 비교해 보면, 없었던 밝은 점과 어두운 점들이 있는 것이 확인된다. 폭락했던 주가는 다시 회복 중 아이스페이스는 지난 4월 도쿄 증시에 처음 상장됐다. 주가는 기업공개(IPO) 시 주가의 9배가 넘는 2373엔(약 2만2330 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추락하면서, 주가도 800엔(약 7530 원) 이하로 떨어졌다. 이후 점차 회복해 29일 현재 1847엔 대(약 1만7400 원)에 거래된다. 하카마다 대표는 “착륙선은 보험에 가입돼 있어 회사의 재정적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며, 매출 손실도 1억엔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스페이스 측은 또 착륙과 착륙 이후 활동을 제외하고는 총 10개의 탐사 이정표 중 8개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며, 내년에 있을 하쿠토-R의 또다른 달 착륙 미션을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아이스페이스 사의 두번째 하쿠토-R은 첫번째 것보다 덩치만 약간 더 크고 거의 같은 모양이다. 이 회사의 자체 달 로버가 탑재된다. 또 2025년부터는 드레이퍼와 합작해, NASA의 과학 탐사 장비를 달로 위탁 운송하게 된다. 한편, 최근 10년간 달에 무인 우주선과 로버를 착륙시킨 주체는 중국 우주개발기구인 CNSA(중국국가항천국)밖에 없다. 중국은 2013년 12월에 창어(嫦娥) 3호가 탐사 로봇 위투(玉兎)를 착륙시키고, 창어 5호가 2020년 12월 달의 운석을 갖고 돌아오는 등 모두 세 차례 달 착륙에 성공했다. 2019년 무인 달 착륙선인 이스라엘 기업 스페이스IL의 베레시트, 인도우주연구기구(ISRO)의 비크람은 모두 실패했다. 올해는 다음달에 미국 휴스턴에 위치한 인튜이티브 머신 사의 착륙선이 NASA의 화물을 싣고 달 남극에 도착하며, 또 다른 민간 우주기업인 애스트로보틱 테크놀로지의 무인 달 착륙선 페러그린도 떠날 예정이다. 또 인도의 찬드라얀 3호도 빠르면 7월12일 발사돼 달 착륙을 시도한다.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Intuitive Machines)이 보낸 무인 달 착륙선 노바(Nova)-C가 다음달 달의 남극에 도착할 예정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의뢰를 받아 과학 탐사 장비를 탑재한 노바-C가 착륙에 성공하면, 이는 전세계 민간기업 차원에서 처음일 뿐 아니라 미국으로서도 50여 년 만에 달에 돌아가는 것이 된다. 이 무인 우주선의 역사적인 착륙 장면은 노바-C에 장착된 카메라가 착륙 전에 동체에서 미리 떨어져 나와 촬영해 지구로 전송한다. 이 화면에는 노바-C의 동체와 연료 탱크를 감싼 금빛의 보온ㆍ단열재 위에 새겨진 아웃도어 스포츠웨어사 컬럼비아의 로고도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지난달 26일 최초의 민간 달 착륙을 꿈꿨던 일본 아이스페이스(Ispace) 사의 무인 달 착륙선 하쿠토-R의 동체에도 일본항공ㆍ스즈키ㆍ미쓰이스미토모 은행(SMBC) 등 일본 브랜드 로고들이 부착됐었다. 실패한 미션도 브랜드에겐 그다지 비극적이지 않다. 하쿠토-R의 불시착 뉴스가 전세계 TV와 인터넷에 보도될 때에는, 이 우주선에 붙은 로고들도 계속 화면에 나왔다. 기업들은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비행기의 특수 연기로 하늘에 쓰는 글씨(skywriting), 경기장의 대형 전광판, 비행선 등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그러나 우주는 광고로부터 상대적으로 ‘덜 오염된’ 공간에 속했다. 2000년 미국 의회는 눈에 거슬리는(obtrusive) 우주 광고를 금지했다. ‘거슬린다’의 기준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천체(天體)상의 광고다. NASA는 설립 때부터 특정 기업이나 제품을 승인하지 않는 정책을 고수한다. 2019년부터 저궤도의 상업화를 추진했지만,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광고를 찍은 브랜드는 장난감 제조사 마텔 사의 바비 인형, 에스티 로더 화장품, 스포츠웨어 아디다스 등 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 민간 차원의 로켓 발사와 우주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민간 우주선에까지 브랜드 로고가 붙는 등 ‘우주 마케팅’ 시대가 활짝 열렸다. 작년 9월 프랑스의 샴페인 회사인 G. H. 멈(Mumm)은 전위적(前衛的ㆍavant-garde) 정신을 강조하며, 민간 우주인들이 ISS를 오가는 액시엄 스페이스사 미션에 자사가 우주용(用)으로 개발한 샴페인이 탑재된다고 발표했다. 민간 우주 개발사들과 일반 기업들의 결합은 양측의 이해 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민간 차원의 우주 개발은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지만, 실패 확률은 여전히 매우 높다. 반면에, 기업들이 브랜드를 알리기에는 우주(Space)만큼 매력적인 ‘빈 공간(blank space)’도 없다. 그래서 기업들은 종종 수백만 달러를 지불하고, 민간 우주선에 로고를 부착한다. 이는 미국에서 현재 TV 광고 단가(30초 기준)가 가장 높은 프로 미식축구 챔피언전인 수퍼볼 광고(700만 달러ㆍ약 92억 원)과 맞먹는다고 한다. 컬럼비아 “우리가 개발한 소재가 우주선 보호” 애초에 인튜이티브 측은 컬럼비아에 자금을 대면, 달 착륙선에 로고를 부착해 주겠다고 제의했다. 그런데 컬럼비아는 자사의 스키 재킷 안감으로, 반짝거리는 ‘옴니-히트 인피니티(Omni-Heat Infinity)’가 -156°C에서 121°C를 오르내리는 달 온도에서 열 반사 효과가 뛰어난 것을 확인하고, 인튜이티브 측에 자사 소재를 쓰도록 권유했다. 컬럼비아의 혁신 담당 부사장 해스켈 베컴은 “우리 소재가 우주의 꽁꽁 얼어붙는 온도에서도 우주선을 보호하는 것을 본다면, 사람들이 컬럼비아 겨울 재킷을 살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며 “우리가 얼마나 혁신적인 의료ㆍ신발 브랜드인지 분명히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콜라 회사들의 우주 전쟁 기업들이 우주 마케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0년대 NASA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이었다. 대중의 눈이 쏠리면서, 광고가 따라붙었다. 1984년 코카콜라는 NASA에 자사 음료수를 우주 왕복선에 실어 달라고 했고, 이를 들은 펩시도 자사 음료수를 제공했다. 두 회사는 이어 무중력 상태에서 탄산 음료를 마실 수 있는 340㎖ 크기의 캔을 개발했다. 1985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코카콜라 측은 250만 달러를 썼다. NASA 측은 이를 우주에서 쓸 수 있는 용기 개발이란 차원에서 접근했지만, 두 기업에겐 어디까지나 ‘광고’였다. 1990년대에 두 회사는 다시 맞붙었다. 1992년 펩시는 러시아 우주인에게 당시 러시아의 우주정거장인 미르(Mir) 밖에서 우주 유영을 하며 1.2m 크기의 모형 펩시콜라 캔을 부풀리도록 했고, 수백만 달러를 지불했다. 코카콜라는 1996년 우주왕복선 인데버에서 우주인들이 쓸 자사 음료 디스펜서를 개발해 제공했다. 무중력 환경에서 탄산 음료를 마시면 속 불편해 그러나 탄산수를 마신 뒤 기분은 지구에서와는 영 딴판이었다. 지구에선 음식물을 먹으면 고체와 액체는 중력에 의해 내려가면서 소화되고, 가스는 방귀나 트림을 통해 인체 밖으로 빠져나간다. 그러나 우주에선 고체와 액체, 기체가 몸 안에서 다 섞여 묵직한 거품(chunky bubbles)를 형성해 거북한 느낌을 줬다고 한다. NASA는 탄산 음료를 우주인 제공 음료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두 회사도 아쉬울 것이 없었다. 기업이 원하면, 직접 로켓과 위성을 사서 광고를 할 수 있게 세상이 곧 오게 됐으니 말이다. 러시아 프로톤 로켓에 등장한 피자헛 러시아 우주당국(Roscosmos)은 NASA와는 달랐다. 돈이 되니, 기업 광고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1999년 11월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러시아 프로톤(Proton) 로켓에는 약 9.1m 길이의 피자헛 광고가 붙었다. 피자헛은 당시 미식축구 수퍼볼의 30초 TV 광고비(250만 달러)의 절반 정도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자헛은 애초 달에 레이저 빔을 쏴서 지구에서 피자헛 로고를 볼 수 있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로부터 달에 쏜 피자헛 로고가 지구에서 보이려면 레이저빔 투사 면적이 텍사스 주 만해야 하며 수억 달러가 든다는 얘기를 듣고 포기했다. 1997년 이스라엘 낙농회사인 트누바(Tnuva)는 러시아에 약 80만 달러를 지급하고, 90초짜리 광고 영상을 만들었다. 지구와 교신이 끊겼던 미르의 러시아 우주인이 다시 통제센터와 연결되자 “이스라엘 우유를 먹고 싶다”고 말하고, 러시아 우주당국은 다음 번 로켓으로 트누바 우유를 보낸다. 러시아 우주인은 미르에서 우유팩을 눌러 방울처럼 튀어나온 우유를 꿀꺽 삼킨다. 무산된 저궤도의 우주광고판(space billboard) 1993년 8월, 미국의 한 마케팅 기업이 고도 240㎞의 저궤도에 광고판(billboard)을 띄우는 방안을 제안했다. 지구에서도 맨눈으로 보름달의 절반만 하게 보이는 크기였다. 광고주가 원하는 지역에서만 10분 정도 노출되고, 2주 뒤에는 대기권으로 떨어져 불타 사라진다는 안(案)이었다. 당시 발사와 제작, 운영에 들어가는 전체 비용은 2500만 달러로 추정됐다. 이 우주광고판을 찬성하는 측은 “의도적으로 보려고 하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는다” “글로벌 대기업이 우주연구를 후원하는 것으로 생각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천문학자 칼 세이건과 소비자 행동주의자인 랄프 네이더 등이 “우주 연구를 지원한다고, 하늘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게 할 수는 없다” “이런 광고를 하는 제품은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고 강력하게 반대해 무산시켰다. 한편, 2021년 8월 캐나다의 스타트업인 지오메트릭 에너지 코퍼레이션(GEC)은 새로운 개념의 ‘우주광고판’을 제시했다. 10㎝ X 10㎝ X 10㎝ 크기의 큐브샛에 달린 스크린에 브랜드 로고를 띄우고, 지구를 배경으로 큐브샛에 달린 셀카봉으로 찍어 유튜브 등으로 방송한다는 것이었다. 광고주는 픽셀 단위로 가격을 지불한다. 우주처럼 인간에게 경이와 감탄, 호기심을 자아내는 곳도 드물다. 그러나 우리 생활의 모든 구석처럼 우주도 인류의 발과 눈이 닿는 모든 곳이 점차 광고로 덮일 때에, 우리의 우주에 대한 신비감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일부에선 TV와 온라인에서 무시되는 수많은 광고처럼, 우리의 반응이 우주 광고에도 무디어지는 날이 의외로 빨리 올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