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방우주국(Roscosmos)의 신임 국장인 유리 보리소프는 지난 7월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2024년 이후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철수하겠다"고 보고했다. 미국·러시아·캐나다·일본·유럽우주기구(ESA) 등 ISS에 각자의 모듈을 덧붙인 나라들과 기구들은 지구 위 400㎞ 우주를 날고 있는 470톤짜리 ISS를 2024년까지 가동하기로 했고, 미 항공우주국(NASA)은 ISS를 2030년까지 독자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상태였다. 이번엔 협박이 아니다? 러시아의 ISS 철수 선언 러시아의 ISS 철수 의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러시아는 이 다국적 ISS의 노화 상태와 안전상의 위험을 들어, 2021년부터 간헐적으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이 주도하는 각종 대(對)러시아 경제제재, 군사적 갈등이 '철수 발표' 배경에 더해졌다. 아예 로스코스모스는 독자적인 우주 정거장 모형까지 공개했다. 암부터 노화까지 연구, 인류의 거대한 실험실 2000년 11월부터 우주인이 상주하기 시작한 ISS는 지난 22년 동안 모두 20개국에서 온 258명의 우주인이 미세중력과 진공 상태인 우주에서만 가능한 혁신적 실험을 해왔다. 암과 알츠하이머, 근육이 퇴화하는 뒤센 근이영양증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실험이 이곳에서 진행됐고, 생활용품 제조사인 프록터 앤 갬블도 ISS 실험을 통해 섬유유연제의 개선을 이를 수 있었다. 말 그대로, 과학의 전(全)분야 걸친 연구와 실험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지구 저궤도엔 ISS 외에도, 중국이 2021년 9월에 쏴올린 '텐궁(天宮)' 유인우주정거장이 있다. '텐궁'은 앞으로 10년간 사용될 예정이다. "연간 유지비 30억달러, 그 많은 비용을 어떻게" NASA의 고민 러시아가 진짜로 2024년 이후 철수할지는 알 수 없지만, 러시아가 우주정거장을 독자 개발한다고 해도 최소 5~7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 그러나 미국은 ISS 프로젝트가 러시아의 '철수 협박'에 노출되는 부담을 안고 갈 수 없었다. 그렇다고 NASA 혼자 ISS를 떠안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ISS의 연간 유지비는 30억 달러로, 이는 NASA의 우주 개발 예산의 3분의1을 차지한다. 그래서 나온 묘안이 ISS 프로젝트를 점차 민간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우주정거장이 민간·상업용 플랫폼으로 전환되면, NASA는 인간의 달 착륙, 달 기지 건설, 화성 탐사 등 더 깊숙한 우주로 들어가는 프로젝트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중국의 '텐궁' 정거장도 모듈로 연결되는 민간 파트너들을 찾고 있다. 미국으로선 우방국과 주요 기업들이 노후한 ISS 대신에, 신(新) 모델인 '텐궁'에 붙는 것을 손 놓고 볼 수는 없다. 이에 따라, NASA는 지금까지 모두 5억500만 달러의 개발비를 지원하며 4개 민간 우주정거장 컨소시엄과 계약을 맺었다. 액시엄, 나노랙스, 노스롭, 블루오리진...누가 성공할까 그 첫번째가 2020년 2월 미국 휴스턴에 기반을 둔 우주개발사인 액시엄(Axiom)사와 맺은, 1억40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민간 우주 모듈 개발 계약이었다. 액시엄은 2024년 ISS의 '하모니' 모듈에 첫 민간 모듈인 '액시엄 허브 1'을 결합하는 것을 시작으로, 모두 5단계에 걸쳐 2028년까지 모듈을 붙이게 된다. 2028년 ISS와의 마지막 결합이 끝나면 약 2년간 ISS와 동거하다가, 2030년 ISS가 퇴역한 뒤에는 독자적인 민간 우주정거장으로 가동하게 된다. NASA는 또 2021년 12월에 보이저스페이스 사가 소유한 나노랙스(Nanoracks)와 록히드마틴 사가 주도하는 스타랩(Starlab) 컨소시엄,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과 시에라 스페이스가 이끄는 '오비탈 리프 프로젝트(Orbital Reef Project)', 노스롭 그루먼의 달 탐사 전초기지 플랫폼 제작 등에 추가로 개발비를 지원했다. 나노랙스의 스타랩은 금속 소재가 아니라, 케블라 소재를 기반으로 해서 우주에서 팽창될 수 있도록 한 모듈이다. 팽창되므로, 더 큰 부피의 모듈을 더 적은 수의 로켓 발사를 통해 우주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모듈은 이미 저궤도에 '우주 쓰레기'로 떠도는 2단계 로켓 등을 회수해 제조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새 모듈을 지상에서 우주로 발사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궤도 상의 산호초'라는 뜻을 지닌 '오비탈' 프로젝트는 10명의 우주인이 상주하는 약 2787㎡(840여 평) 크기의 우주정거장으로, 산업·연구·관광의 생태계를 우주에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노스롭 그루먼 사는 우주인 훈련과 과학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앞으로 달 탐사의 전초기지가 될 플랫폼을 제조한다. 최대 8명의 우주인이 상주하게 된다. 노스롭은 2014년 ISS로 가는 화물 전용 우주선 '시그너스'를 제조하기도 했다. NASA 3년 뒤에 파트너사 선정 이들 민간 우주정거장은 아직 하나도 떠 있는 것은 없다. NASA는 분명한 지속 성장 모델을 갖춘 컨소시엄을 2025년쯤 ISS의 파트너사로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민간 기업이 수익을 내며 독자적으로 우주 정거장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민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상업화 초기엔 적자 예상되지만... 투자은행 시티(Citi)는 2040년까지 전체 우주 경제는 연간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지만, 이 중에서 민간 우주 정거장의 매출은 약 8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봤다. 민간 우주정거장에서 진행될 수 있는 비즈니스는 우주인의 우주 적응 훈련·의학적 실험·제조 공정 연구·우주 창고·소행성 물질 채광(採鑛) 등이 있고, 이 밖에 인공위성의 제조와 결합도 이곳에서 할 수 있다. 2017년 미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우주 시장의 규모를 2025년까지 4억5500만~12억 달러로 추산했다. 반면에 하나의 민간우주정거장을 운영하는 비용은 4억6300만~22억5000만 달러로 봤다. 또 현재는 우주 기반 제조 공정과 생의학적 실험에 관심이 있는 단체나 기업이 NASA의 특별 대우를 받아 무료로 우주에서 이런 연구를 하고 무료 우주 여행을 한다. 그러나 상업화가 되면, 그 수요를 예측하기 어렵다. 초기엔 막대한 적자가 예상된다는 얘기다. 또 민간 컨소시엄이 우주에 실제로 플랫폼을 구축하기까지는 20억~3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1억 수천만 달러 규모인 NASA의 개발 지원금 외에, 상당한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초기 단계에서 NASA가 주요 고객이 되지 않으면, 민간 우주정거장 비즈니스가 독자적으로 살아나기는 힘들다. 민간 우주정거장 현실화 땐, 운영비 ISS의 20% 수준 그러나 우주 정거장 비즈니스에 뛰어든 민간 기업들은 희망적이다. 시에라 스페이스 사의 CEO인 톰 바이스는 "우주에 영구적인 기반을 구축하는 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심대한 산업혁명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간 우주정거장의 운영 비용은 현재 ISS의 5분의1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스타랩 우주정거장 컨소시엄의 주력사인 보이저 스페이스의 CEO인 딜런 테일러는 "2020년대말까지 지구 궤도에 여러 개의 민간 우주정거장이 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액시엄 측은 이미 민간 기업의 우주 관련 미션, NASA와의 우주복 개발, 민간 실험 프로젝트를 통해 이미 20억 달러의 매출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ISS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없었던 한국과 같은 우주개발 후발주자들이 민간 우주정거장의 주요 고객이 될 것이다. 초속 7.66㎞의 속도로 하루에 지구를 15.5바퀴 도는 ISS는 현재 계획대로라면, 2031년 1월 지구 대기권으로 밀려나 재진입하면서 연소되고 잔해는 남태평양에 빠진다.
캐나다 출신 영화배우 윌리암 샤트너(William Shatner·91)가 작년에 다녀온 우주 여행 후기를 전했다. 윌리엄 샤트너는 1960년대 우주를 배경으로 한 미국 드라마 '스타트렉'에서 USS엔터프라이즈호 제임스 커크 선장역을 맡은 배우다. 우주로 간 최고령, 샤트너 샤트너는 작년 10월 13일(현지시각)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우주 기업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 로켓을 타고 우주 여행을 다녀왔다. 그는 우주 여행자 중 최고령이다. 샤트너는 미국 텍사스주 서부 밴혼 인근 전용 발사장 '런치 사이트원'에서 3명과 함께 뉴 셰퍼드에 탑승했다. 뉴 셰퍼드 로켓은 오전 9시 49분 발사에 성공해 고도 106km까지 오르는 준궤도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18.3m 길이의 이 로켓은 블루 오리진이 우주 관광용으로 개발한 재사용 발사체다. 최대 6명이 탈 수 있고, 유인 캡슐을 실어 지구 상공 약 100km까지 올려보낸 후 자유낙하하며 무중력과 우주 풍경을 즐기도록 설계됐다. 4분쯤 최대 고도에 도달한 후 무중력을 느끼는 시간은 약 3분 정도다. 그는 10여분간의 비행을 마치고 낙하산을 타고 지구로 돌아왔다. 샤트너 "우주여행, 장례식과도 같은 슬픈 경험" 1년 뒤 샤트너가 밝힌 우주 여행 후기는 놀라웠다. 그는 최근 우주여행 체험을 담은 책(Boldly Go: Reflections on the Life of Awe and Wonder)에서 장례식과도 같은 가장 슬픈 경험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책 발췌문에서 "내 우주 여행은 축하할 일이 돼야 했는데 장례식과 같았다"고 회고했다. 먼저 샤트너는 우주와 지구의 확실한 차이점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우주의 잔인한 차가움과 (생명을) 양육하는 지구의 따뜻함이 대조를 이뤘고, 그것은 나를 벅찬 슬픔으로 가득 채웠다"며 "내가 우주를 바라봤을 때 어떤 신비도, 장엄한 경외심도 없었다"고 했다. 이토록 아름답던 지구, 우주여행의 역설 이어 "내가 생각했던 모든 것이 틀렸고, 내가 (우주 여행에서) 보리라 기대했던 모든 것도 틀렸다"며 "우주 여행은 모든 생명을 연결하는 궁극적인 카타르시스가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다른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우주에는) 신비도, 장엄한 경외감도 없었다. 내가 본 모든 것이 죽음이었다”면서 “차갑고, 어둡고, 검은 공허함을 봤다. 그것은 지구에서 보거나 느낄 수 있는 어떤 검은 색과도 달랐다”라고 했다. 이어 "우주에 가는 것이 내가 찾던 모든 생명체 사이의 연결고리의 궁극적인 카타르시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만나본 가장 강한 슬픔의 감정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반면 지구에 대해선 "사막의 베이지색, 구름의 하얀색, 하늘의 푸른색을 볼 수 있었다. 아름다움은 밖에 있는 게 아니라 여기 아래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50억 년 동안 진화해 온 동식물의 멸종 그리고 인류의 간섭으로 인해 우리는 그것들을 다시 볼 수 없게 된다. 그것은 나를 두려움으로 가득 채웠다"고 했다. 샤트너는 우주여행을 통해 "아름답고 신비로운 인간관계의 힘에 대한 나의 견해가 열 배로 강화됐다"며 "그것은 내 마음에 희망의 감정을 돌려줬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보잘 것 없으며 우리를 하찮게 만드는 주변의 장엄함에 대해 알고 있다"며 "그것은 우리의 행성과 생명을 위해 우리 자신을 다시 헌신하고 주변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
대체 우주를 왜 알아야 하는건데 ‘우주가 대체 내 삶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22살이었는지 21살이었는지 기억 나진 않는다. 술을 좋아했으나 술 마실 돈이 모자라 답답했던 시기. 한심한 20살 무렵의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누군가 내게 더글라스 애덤스라는 인간이 쓴 어이 없이 기막힌 책이 있으니 읽어보라고 건넸다. 별자리 모양의 폰트로 이뤄진 글씨체. 파란색인 듯 검은색 같은 표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책세상)', 라는 제목의 소설책이었다. 황당한 노릇이었다. 남미나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으나 은하수를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까진 해본 적이 없었다. 우주는 내 스무 살 인생을 채우는 불만과 짜증, 열망과 기쁨, 그 모든 것들 너머에 있었다. 다시 말해 내가 알 바가 아니었다. 몇장이나 읽었을까. 아마 이 대목이었을 것이다. 내가 이책과 교신을 시작한 것은. ‘이 행성을 떠나는 법. 1.나사에 전화하라. 전화번호는 (713)483-3111이다. 당신이 지금 떠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하라. 2.그 사람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백악관-전화번호는 (202)456-1414-에 있는 아무 친구에게나 전화해서 나사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 좀 해달라고 하라. 3.백악관에 친구가 하나도 없으면 크렘린에 전화하라. (0107-095-295-9051로 전화해 국제 교환수에게 크렘린을 대달라고 하라) 그 사람들도 백악관에 친구가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남들에게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친구는 없다) 영향력은 좀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시도해볼만 하다. 4.그것도 안 되면 교황에게 전화해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보라. 교황의 전화번호는 011-39-6-6982다. 내가 듣기로 교황이 교환수는 절대로 잘못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5.이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면 신호를 해서 지나가는 비행접시를 정지시킨 다음 전화 요금 청구서가 날아들기 전에 이 행성을 벗어나는 게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하라.’ 테슬라와 함께 우주로 간 이 책 온몸에 웃음 안테나가 켜진 기분이었다. 심장에 킬킬 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은하수로 떠나야 하는 이유가 단번에 납득이 됐다. 이전까진 미처 몰랐을 뿐, 난 이 행성을 떠나고 싶었다는 걸, 저 말도 안되게 썰렁한 농담을 읽으며 단박에 깨달았다. 나의 20대의 심장은 그렇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게 빼앗겼다. 이 책은 우주와 이 세상의 모든 부조리를 이해하는 가장 괴상하고 웃긴 가이드였다. 20년이 흘렀고, 그 사이 이 책은 여러모로 다른 지위를 획득하게 된 것 같다. 일론 머스크가 가장 사랑하는 책. 2018년 2월 1세대 테슬라 로드스터와 함께 우주로 발사된 책. 전세계에서 1400만부가 팔린 컬트 SF우주 대히트 소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책을 잊었다. 그 사이 나는 다른 사람이 됐다. SF 소설을 읽을 여유를 잃었다. 아이를 낳았고, 주식 그래프를 매일 쳐다봤고, 부동산 뉴스를 읽었다. 내 심장은 킬킬 전기를 잃었다. 순수한 마음호에 탑승하다 뜻밖이었다. 아주 우연한 계기로 지난 주말, 나는 이 책을 다시 조우했다. 오래된 책장에서 먼지가 앉고 누렇게 색이 바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꺼냈다. 넷플릭스를 보고 낮잠을 자는 대신 책의 첫 장을 폈고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책의 마지막 장을 삼켰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의 심장은 킬킬 전기를 잊지 않았다. 난 놀랍게도 20대의 그날처럼 다시 킬킬대고 있었다. 가령 ‘시간은 환상과 같다. 점심시간은 더 심한 환상이다. 점심 뭐먹지’ 같은 문장이나, ‘태초에 우주가 창조되었다. 이 일은 수많은 사람들을 화나게 했으며 대부분은 이를 잘못된 조치라고 여겨졌다’ 같은 문장을 만날 때가 그랬다. 나의 더듬이는 아주 모처럼 은하계로 뻗어갔다. 월급도 야근도 상여금도 업무 고과도 아이의 학교 성적도 잠시 머리속에서 아웃오브갤럭시 돼 버렸다. 지구가 2분 안에 멸망한다 해도, 이 순간만은 잠시 괜찮을 것 같았다. 난 잠시 소설 속에 나오는 우주선 ‘순수한 마음호’를 타고 있었다. 몇백광년을 날아 베텔게우스 7행성에서 온 친구 포드 프리펙트와 타월을 타고 있었다. 세상 궁극의 대답을 우주에서 둘째 가는 컴퓨터 '깊은 생각(Deep Thought)'에게서 들을 준비가 그 순간 만큼은 돼 있었다. 그 컴퓨터가 “42”라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해도 화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순간만큼은 난 이 비좁고 답답한 나의 인생이라는 행성을 떠나 우주와 교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 과학자들이 달에서 새로운 광물을 발견했다고 중국국가우주국(CNSA)과 중국원자력청(CAEA)이 지난 9일 공동으로 발표했다.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중국 과학자들은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중국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5호가 달에서 채취한 월석 시료 연구를 통해 새로운 광물을 발견했다. 중국이 달에서 처음 발견한 신종 광물이자 인류가 달에서 발견한 6번째 광물이라고 신화통신은 소개했다. 신종 광물의 중국식 이름은 샘플을 채취한 탐사선의 명칭에서 따 창어석(嫦娥石)으로, 영어 명칭은 '체인지사이트(Changesite)-(Y)'로 각각 정해졌다. 이 새로운 광물은 무색 투명한 주상 결정의 일종으로, 국제광물학협회 신광물명칭분류위원회에 의해 신종 광물로 공식 승인을 받았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이로써 중국은 미국과 옛 소련에 이어 달에서 새로운 광물을 발견한 세 번째 국가가 됐다고 CAEA의 둥바오퉁 부국장이 밝혔다.
마침내 도착했다. 모두가 웃었다. 여기는 ISS(국제 우주정거장). 안나 키키나(38·가운데)가 러시아 우주 비행사로는 20년만에 처음으로 미국 우주선에 탑승해 우주로 날아갔다. 키키나의 스페이스X 우주선 탑승은 지난 7월 NASA와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가 체결한 우주선 좌석 교환 협정에 따른 것이다. 양국은 ISS 비상사태에 대비한 대체 운송 수단 확보 차원에서 상대 우주선을 이용해 자국 우주비행사를 ISS로 보내는 첫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은 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우주 협력의 끈'은 놓지 않았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스페이스X의 이번 우주선 발사는 우주인들을 ISS로 실어나르는 '크루-5' 미션에 따라 이뤄졌다. 이번에 우주로 날아간 4명의 비행사들은, 150일 동안 우주에 머물며 각종 과학 임무를 진행할 예정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발사가 무산된 국내 소형 위성 '도요샛'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타고 우주로 쏘아 올려진다. 도요샛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소형 과학위성으로, 한국이 자력으로 발사하는 사실상 첫 국내 위성이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6월 누리호 2차 발사 당시에도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실리긴 했다. 다만 성능검증위성은 민간 중소기업 'AP위성'이, 4기의 큐브위성은 큐브위성 경연대회를 통해 선발된 대학에서 제작에 관여했다. 정부는 이날 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제43회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를 열어 '한국형발사체 반복 발사 계획 및 차세대발사체 개발 계획안', '우주산업 클러스터 계획 수정안' 등 4개 안건을 심의해 이같이 결정했다. 정부는 지난 6월 2차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 발사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2027년까지 4회 더 반복 발사한다. 구체적으로는 2023년 3차, 2025년 4차, 2026년 5차, 2027년 6차 발사가 예정됐다. 앞서 정부는 올해 2월 발표한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계획'에서 4차 발사를 2024년에 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기존계획에서 1년 더 늦춘 2025년에 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경험상 계약 발주부터 최종 조립까지 2년 정도가 소요돼, 충분한 시간을 두고 발사체를 제작하기 위해 발사 시점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내년 상반기에 이뤄질 누리호 3차 발사에는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주 위성으로 탑재된다. 또 민간기업 위성 3기와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초소형 위성 4기가 부탑재 위성으로 함께 쏘아 올려진다. 이 중에는 올해 상반기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발사장에서 러시아 소유스-2(Soyuz-2) 로켓에 탑재돼 발사될 예정이었던 우주 날씨 관측 소형 위성 '도요샛'이 포함됐다. 과기정통부는 이후 누리호 4차 발사에 차세대 중형위성 3호와 국내 산업체 부품 검증을 위한 큐브위성과 큐브위성 경진대회에서 선정된 위성을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누리호 이후에는 성능이 대폭 확장된 차세대발사체를 개발하며, 차세대발사체를 이용해 현재 1.5t급으로 계획 중인 달착륙선을 2030년대에 발사할 예정이다.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우주산업 클러스터 추진계획 수정안'도 심의·의결됐다. 정부는 당초 발표한 발사체 특화지구와 위성 특화지구 지정계획에 더해 연구·인재 개발 특화지구를 추가로 지정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발사체, 위성, 연구·인재 개발의 '우주산업 클러스터 삼각 체제'를 공식화하고, 우주산업이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주산업 클러스터 삼각 체제 구축 계획은 그동안 대전시가 정부에 꾸준히 요구했던 구상으로, 대덕연구특구를 중심으로 우주·항공 분야 연구개발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연구개발 추진 방향을 정립했다. 주요 추진 방향으로는 기존 천리안 2A/2B 위성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 예정인 KPS 1호 위성 본체의 구성품 구매를 준비하고, KPS 지상시스템의 개발과 구축을 위해 참여부처 공동으로 지상 시스템별 세부 위치 선정 절차를 마련한다.
세계 최대 우주행사, IAC 현장 르포 "지구인 모두를 위한 우주(Space for @ll)" 우주 올림픽으로 불리는 2022 국제우주대회(IAC, International Astronautical Congress) 가 프랑스 파리에서 9월 18~22일까지 5일간 열렸다. IAC는 국제우주연맹(IAF, International Astronautical Federation) 주최로 국제우주학회(IAA; International Academy of Astronautics)와 국제우주법률연구소(IISL; International Institute of Space Law)와 함께 매년 개최하는 세계 최대 우주 관련 행사다. 2016년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개최된 IAC에서 일론 머스크가 "화성에 100만명이 거주하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국내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됐다. 110개국이 모인 자리, 초청받지 못한 러시아 올해 73회째를 맞는 IAC 2022에는 110개국 9,300여명의 대표단들이 모여 우주산업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1950년 파리에서 10명이 모여 처음 열렸던 이 대회는 냉전시대 극에 달했던 우주기술 경쟁에서도 소련, 동유럽과 미국, 서유럽 대표단이 서로 머리를 맞댔던 자리였다. 이번 대회에 러시아는 초청받지 못했다. 기후위기의 해답은 우주에 72년만에 다시 파리에서 열린 올해 대회에서는 기후붕괴를 막기 위해서 우주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데에 전지구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개막식 기조연설에 나선 엘리자베스 보른 프랑스 총리는 "인류는 기후 변화로 격변의 시기를 살고 있다"며 "우주를 생태적 전환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실 가스 배출과 해수면 상승을 관측하고 기후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적하는데 인공위성만큼 유용한 도구는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지금까지 우주를 인류의 과학기술 발전과 이데올로기 진영간 정치 및 군사적 경쟁, 또는 산업기술 경쟁 측면에서 다뤘다면 이제 인류 생존이 걸린 기후 문제 역시 우주에 해답이 있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보른 총리는 "인류가 위성통신과 위성항법, 행성 연구 등 우주 개발을 통해 이미 일상 생활에 큰 도움을 얻고 있다"며 일각에서 일고 있는 우주개발이 '돈 낭비'이며 '복지 투자'가 우선이라는 비판론을 일축했다. 필립 바티스트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CNES) 의장 겸 최고경영자는 "우주가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각국의 이해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우주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아르테미스 세대" 이번 대회에는 전세계 우주 관련 기관과 기관의 수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유럽 우주국(ESA), 인도우주연구소(ISRO), 캐나다 우주국(CSA) 및 일본 항공우주탐사국(JAXA). 중국 국가우주국(CNSA)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국가 우주국(State Space Agency of Ukraine)의 관리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 대표들은 IAC 2022에서 미래 계획을 발표하고 우주와 인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NASA의 빌 넬슨 국장은 최근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친 DART(Double Asteroid Rendezvous Test)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NASA의 목표는 DART를 통해 소행성의 궤적을 약간 움직일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면서 "임무가 성공하면 잠재적인 킬러 소행성에서 지구를 투사할 수 있는 미래 임무를 위한 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넬슨 국장은 "미국과 러시아 간의 우주 협력이 여전히 진행 중이며 둘 다 국제 우주 정거장(ISS) 프로그램의 파트너"라며 "정치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민간 우주 분야에서 여전히 전문적인 관계가 작동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더 이상 아폴로 세대가 아니다. 우리는 아르테미스 세대다. 우리는 달과 화성으로 가고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산불, 우주로 잡는다 캐나다 CSA 회장인 리사 캠벨(Lisa Campbell)은 캐나다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언급했다. 캐나다에서 매년 7,500건의 산불이 발생하며 250만 헥타르 이상의 숲을 태우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는 CSA가 이에 대응하여 캐나다의 산불 감시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WildFireSat 임무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 기술이 광범위한 인공 지능(AI) 컴퓨팅을 결합하여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직면한 많은 문제에 대한 무한한 솔루션을 생성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화성을 노리는 일본 일본 JAXA 회장인 히로시 야마카와(Hiroshi Yamakawa)는 일본이 많은 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에서 가장 큰 위성인 포보스의 첫 샘플을 회수하기 위해 2024년에 로봇 우주 탐사선을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화성 달 탐사(MMX)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JAXA와 파트너들은 일본에서 개발 중인 발사 시스템인 새로운 H3 로켓의 시험 비행을 수행할 예정이다. 2023년 3월로 끝나는 일본 회계연도가 끝나기 전에 H3 로켓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JAXA는 달에 존재하는 수자원의 양과 형태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LUPEX라는 달 탐사 임무에서 ISRO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의 지속 가능한 우주 탐사 활동을 위해 수자원 활용 가능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이다. 사우디와 터키도 우주로 쏜다 휴스턴에 본사를 둔 민간 항공회사인 엑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와 사우디 우주위원회(SSC)는 사우디 아라비아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를 포함하여 2명의 사우디 우주비행사를 우주로 보내기 위한 획기적인 파트너십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엑시엄 스페이스는 SSC와 협력하여 사우디 비전 2030의 점진적인 목표에 따라 사우디 우주비행사를 우주로 보내는 데 전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별도로 엑시엄 스페이스와 터키 정부는 최초의 터키 우주인을 우주로 보내기 위한 역사적인 협정에 서명했다. 엑시엄 스페이스는 또한 미래 우주 연구 임무를 위해 터키 우주비행사를 훈련할 예정이며 터키 과학 및 연구를 미세 중력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륙의 우주 작전, 쌍으로 발사한다 중국은 2023년에 한 개의 로켓을 통해 목성과 천왕성에 한 쌍의 우주선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IAC 2022 기간 중 space.com이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Tianwen 4' 프로젝트는 목성에 더 큰 우주 탐사선을 발사하고 천왕성을 비행하기 위해 더 작은 우주선을 발사한다는 것이다. 두 대의 우주선은 장정 5호 로켓으로 발사되고 금성 플라이바이와 두 개의 지구 플라이바이를 사용하여 한 쌍의 우주선을 외부 태양계의 궤적에 보낼 계획이다. 그 후 두 우주선은 분리되어 각각의 목표물에 대한 경로를 설정한다는 것이다. 3000개 넘는 논문, 지구가 우주로 뜨겁다 IAC 2022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대회 기간을 전후해 1주일 동안 3,000개 이상의 논문이 제출됐다. 800개의 혁신적인 프레젠테이션이 발표됐다. 본 회의와 하이라이트 강의에서 다뤘던 주제 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과 DART 미션이었다. 9월 21일의 퍼블릭 데이에는 ESA 우주비행사 토마스 페스케(Thomas Pesquet)를 포함하여 2,200명 이상의 대표단이 참석했다. IAF 총회는 아제르바이잔 바쿠를 IAC 2023 개최 도시로, 이탈리아 밀라노를 IAC 2024 개최 도시로, 호주 시드니를 IAC 2025 개최 도시로 선정했다. 대한민국, 지금까지는 미약했으나... 구글에서 'international aeronautical congress 2022'를 검색하면 약 6만4000개의 뉴스 기사가 올라온다. 반면에 한국 매체에서 이번 대회를 다룬 기사는 모 일간지의 개막 관련 기사 단 1건이 검색된다. 현 단계 우주산업의 수준과 국민들의 관심 정도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 할 만하다. 2020년 전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3,713억 달러(한화 약 450조원)로 추정되는데 한국이 차지하는 우주산업 매출은 3.9조원, 1%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이 마저도 70%가 위성 활용 서비스와 장비 매출이다. 위성지도, 위성디지털방송, 셋톱박스, 네비게이션 같은 2차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교적 소규모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반면 우주산업의 핵심 경쟁력에 속하는 위성체 매출은 약 6000억원, 발사체 제작 매출은 3700억원 수준으로 국내 전체 우주산업 매출의 25%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작다. 다행히 2018년 수립된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토대로 우주발사체 기술 자립, 인공위성 활용서비스 및 개발 고도화, 우주탐사 시작, 한국형 위성항법 시스템(KPS) 구축, 우주혁신 생태계 조성, 우주산업 육성과 우주일자리 창출 등을 추진 중이다. 다행히 우주산업의 주축이 되는 우주발사체와 인공위성분야에 총사업비가 집중돼 있다. 여기에 2021년 5월 한미미사일협정이 폐기되면서 민간도 로켓 기술을 이용해 우주발사체 개발이 가능해짐으로써 민간 발사체 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기존에는 한미미사일협정으로 사거리 800km를 초과하는 로켓 개발이 불가능 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VM)을 개량해 초기 발사체를 개발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발사체를 개발할 길이 열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은 5일 강원도 정선군에서 지하실험실 '예미랩' 준공식을 열었다. 예미랩은 강원도 정선군 예미산 지하 1천m에 위치한 국내 최고심도 지하 실험시설이다. 면적은 약 3천㎡ 규모로 세계 6위급이다. IBS는 예미랩에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암흑물질 탐색과 중성미자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암흑물질과 중성미자가 내는 신호는 포착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우주선 등 배경 잡음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따라서 세계적인 물리학 연구그룹들은 경쟁적으로 깊은 지하에 연구시설을 만들어 검출기를 설치하고 있다. IBS도 지금까지 강원도 양양군 지하 700m에 위치한 300㎡ 규모의 지하실험실에서 연구해왔지만, 연구시설의 깊이와 규모 모두 제대로 된 연구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2016년 예미랩 구축을 승인했으며, IBS는 2020년 8월 지하터널 공사를 마치고 임시 운영을 해왔다. 올해 9월에는 차세대 대용량 검출기 인프라 구축 공사와 지상연구실 리모델링을 마쳤다. 이제 IBS의 지하실험연구단은 양양실험실의 실험장비를 이전해 연구 활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IBS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경북대학교,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다른 기관과도 예미랩을 공동 활용할 계획이다. 기상청은 예미랩에 국가 지진 관측망 구축과 지진 관측장비 성능검증을 위한 실험실을 조성 중이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심부 암반의 거동 연구 등에 예미랩을 활용할 계획이다. 준공식에는 김진태 강원도지사, IBS 노도영 원장 등 정부와 유관기관, 학계 관계자와 지역 주민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오태석 과기정통부 1차관은 예미랩 구축에 기여한 IBS 박강순 책임기술원, 방기문 연구위원, 이재승 연구위원에게 유공자 표창을 했다. 이어 오 차관은 축사에서 "특정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거대 연구시설이 세계적인 연구 성과 창출에 필수적"이라며 "예미랩에서 국내외 연구자들이 공동연구를 수행하며 더욱 세계적인 연구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도영 IBS 원장은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예미랩이 잘 구축돼 기쁜 마음이며, 예미랩의 공동 활용을 활성화해 다양한 국가 과학기술 분야의 성과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우주발사체의 불연소 파편이 7일 오후 10시 10분에서 오후 10시 39분 사이 제주도 서북서 약 250㎞ 인근에 떨어진다. 국토교통부는 우주발사체 파편 낙하 해역에 항공기가 진입하지 않도록 우리나라 해당 해역을 위험 구역으로 설정하는 항공 고시보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항공 고시보는 조종사 등 항공 종사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전문 형식으로 작성해 배포하는 국제 고시 수단이다. 국토부는 유사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중국 측과도 연락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항공기 안전 운항을 위해 항공사와 관계기관에 해당 사실을 전파했다. 해양수산부도 해양수산업계에 항행 경보를 발령하고 안전 문자를 발송했다. 불연소 파편의 낙하가 예상되는 해역 인근을 항해하는 선박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했다. 국토부와 해수부는 낙하 시간과 위치 등 변동 상황이 발생하면 유관기관과 인근 해역 항해 선박에 즉시 전파할 수 있도록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윤석열 정부가 공약 사항인 여성가족부 폐지·국가보훈부 승격·재외동포청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6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을 공식 발표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없어지고 주요 기능은 보건복지부로 이관돼 복지부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가 신설된다. 외교부 장관 소속으로 재외동포청(차관급)을 신설하는 한편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격상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지난 3일 고위당정협의와 지난 5일 야당 설명 등을 거쳐 이날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발표하게 됐으며, 개편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안대로 개편되면 18부·4처·18청·6위원회(46개)는 18부·3처·19청·6위원회(46개)로 바뀐다. 국무위원 수는 여가부가 1명 줄고 국가보훈부가 1명 늘어 18명이 유지된다. 우주항공청 특별법으로 연내 설립방안 마련 이번 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은 '우주항공청'은 연내에 설립방안을 마련해 특별법으로 추진한다. '출입국이주관리청'(가칭)은 의견 수렴을 통해 연내에 합리적인 안을 도출해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조직 개편안은 신속한 추진을 위해 여당의 의원입법으로 법안이 발의된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가보훈부 승격과 재외동포청 신설에는 찬성하지만, 여가부 폐지에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어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전망은 불투명하다. 여가부 없애고 기능 복지부로 이관해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 여가부는 2001년 여성부로 출범한 이후 21년만에 부처 폐지의 갈림길에 섰다. 정부는 여가부를 폐지하고 청소년·가족, 양성평등, 권익증진 기능은 복지부로 이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에 인구·가족·아동·청소년·노인 등 종합적 생애주기 정책과 양성평등, 권익증진 기능을 총괄하는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한다. '여성가족부' 이름에서 '여성'이 '양성평등'으로 바뀌었고 '인구'가 추가됐다.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장에게는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같이 장관과 차관 중간의 위상과 예우를 부여한다. 이밖에 여성고용 기능은 통합적 고용지원 차원에서 고용노동부로 이관한다. 이상민 장관은 "여성 불평등 개선에 집중했던 여성정책의 패러다임을 남녀 모두를 위한 양성평등으로 전환해야 할 시기"라면서 "불공정 이슈는 이제 '성별'이 아닌 사회적 약자 보호 측면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여성·청소년 등 특정 대상 업무 수행으로 전 생애주기에 걸친 종합적 사회정책을 추진하기 곤란하며 부처 간 기능 중복 등 정부 운영의 비효율이 있다고 개편 필요성을 설명했다. 복지부는 아동 보육과 노인 업무, 여가부는 청소년과 가족 업무 등으로 나뉘어있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또 여가부의 경력단절 여성 지원 업무와 고용부의 여성 고용 업무도 중복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극복을 위한 전략체계를 정립하고 총리 소속 양성평등위원회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이 장관은 여가부 기능 축소 우려에 대해 "여가부의 기능이나 조직은 축소·쇠퇴하지 않고 오히려 사회복지 보건체계와 여성가족업무가 융합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부 장관이 기존 여가부 업무를 같이 하는 것이고 차관보다 상위 직급인 본부장이 장관과 한 팀을 이루는 것"이라면서 "조직 축소나 격하가 아니고 오히려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또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갑자기 여가부 폐지 등 조직개편안을 공식화한데 대해 "국면 전환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 국가보훈부로 격상 정부는 종합적·체계적 보훈정책을 추진하고 국가보훈 체계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격상할 계획이다. 국가보훈부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부서권, 독자적 부령권을 가지고 국무회의 및 관계 장관회의 참석 권한 등이 강화된다. 현재 처장은 국무회의 배석·발언권은 있으나 심의·의결권이 없으며 부령 발령권도 갖고 있지 않다. 국가보훈부는 '부 단위' 부처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수행을 위한 조직 및 기능이 보강된다.. 국가보훈은 대한민국의 핵심 가치인 '자유주의' 구현의 초석으로서 자랑스러운 역사를 계승해 국민통합을 이끌어갈 백년대계이며 국격에 걸맞은 보훈 체계를 구축하고 국정과제인 '일류보훈'을 달성하려면 국가보훈 조직·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는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은 '재향군인부'를 설치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분들에 대한 예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례를 들었다. 현재의 국가보훈처는 2017년 차관급에서 장관급 기관으로 격상됐다. 1961년 군사원호청(차관급)으로 출발해 1985년 현재의 이름인 국가보훈처(장관급)가 됐으며 위상은 차관급 기관과 장관급 기관을 오갔다. 재외동포 732만명…외교부 장관 소속 재외동포청 신설 정부는 외교부의 재외동포 정책 기능을 이관하고 재외동포재단의 사업기능을 통합해 외교부 장관 소속으로 재외동포청을 신설하기로 했다. 재외동포 수가 지난해 기준 732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동포사회의 높아진 기대, 세대교체 등 정책환경 변화에 종합적·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에 따른 것이다. 현재 재외동포 업무는 관계 부처와 재단 등에서 나눠서 하고 있는데 재외동포 원스톱 지원 강화를 위해 별도의 재외동포 전담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는 밝혔다. 재외동포청 신설로 재외동포 대상 지원정책 기능을 강화하고 관계 부처 협업을 통한 영사·법무·병무 등 원스톱 민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재외동포·단체 교류 협력, 네트워크 활성화 및 차세대 동포교육, 문화홍보사업 등 기능도 수행한다. 이와 함께 외교부 소속 재외동포정책위원회를 설치해 이를 통해 중장기 정책 방향을 세우고 관계부처 협업 등 재외동포정책 총괄조정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